개인의 삶에도 적용되는 관리의 철학
"닦고 조이고 기름 쳐라." 이 말은 내가 군 복무 시절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구호다. 단순한 말 같지만, 군 생활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던 행동이 바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이었다. 내무반, 연병장, 수송반 등 군대의 모든 공간에는 큼직하게 이 문구가 걸려 있었고, 마치 삶의 명령처럼 매일 반복되었다.
군 생활은 늘 정해진 루틴 속에서 움직인다. 아침 기상과 동시에 개인정비, 집합, 훈련이 이어지고, 하루가 끝나면 다시 내무반 정리와 청소, 장비 점검으로 마무리된다. 해병대는 특히 순검(점호)이 엄격한 부대다. “날아다니는 파리도 겁먹고 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해병대의 점호는 철저하고 가혹하다.
우리는 항상 창틀, 침상, 바닥 구석구석을 손으로 닦고, 광이 나도록 정리했다. 청소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손가락으로 바닥을 훑어 먼지를 찾아낸 뒤 그 자리에서 기합이 주어졌다. 한밤중에도 다시 청소를 시키는 경우가 흔했고, 때로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 다음 날 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닦는 일’은 단순한 청결이 아니라, 정신 상태를 점검하고 태도를 다잡는 훈련의 연장선이었다.
가장 강조되었던 것은 ‘개인 화기는 나의 몸’이라는 말이었다. M16 소총은 한 치의 먼지나 녹도 용납되지 않았다. 분해하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련의 관리 과정은 생명과 직결된 일이었다. 전시에 총기가 고장 나면 그것은 곧 전우의 생명, 나아가 임무의 실패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사들은 무기를 대할 때면 마치 자기 몸처럼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다뤘다.
이런 자세는 단지 군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경험을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군에서 총기를 닦고 장비를 점검하듯, 국가는 시스템을 점검하고, 국민은 자신의 일상을 성실히 닦아야 한다.
국가는 국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울타리와 같은 존재다. 그 울타리가 튼튼하려면 가장 먼저 안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사시를 대비한 준비, 체계적인 훈련, 장비 유지와 관리가 모두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안보 주체는 국민이자 정부이며,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매일매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자세로 국방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시에도 흔들림 없는 대응이 가능하다.
안보 다음은 경제다. 지금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즉 기술과 산업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 각국은 한 치 앞을 다투며 경쟁력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방과 마찬가지로 경제 분야에서도 끊임없는 점검과 정비가 필요하다.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기업과 연구소, 국가기관은 늘 연구하고 실험하며, 실패 속에서도 방향을 조정하고 또다시 닦아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 하루의 게으름이 시스템을 녹슬게 하고 경쟁력을 무너뜨린다. 결국 기술과 산업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자세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점검이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다. 내가 맡은 일을 성실히 닦고, 필요한 관계를 조이며,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유를 바르는 것. 이 반복된 일상에서 우리는 진짜 실력을 기른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을 살아낸다. 관계를 정비하고, 몸과 마음을 관리하며, 자신의 일터와 가정을 돌본다. 그것이 쌓여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사회를 지키는 기반이 된다. 아무리 작아 보이는 일이라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마음으로 임하면 반드시 결과가 달라진다.
결국, 진짜 강한 나라와 사회는 위기 순간에 반짝하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 묵묵히 준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습관은 준비된 자세이고, 준비된 자세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
우리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닦았는가? 어디를 조였는가? 어떤 관계에 기름을 쳤는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어느새 광이 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