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깨친 후 첫 법을 설하셨다.

사르나트(Sarnath)

by 영 Young

아침 일찍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 불전함에 약간의 보시금을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방 식당에는 먼저 다녀간 여행자가 남겨놓은 쌀과 김치, 그리고 몇 가지 밑반찬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아침밥을 맛있게 지어을 수 있었다. 우리도 챙겨 온 깻잎절임과 과자 몇 봉지를 다음 순례자를 위해 놓아두었다.

신기하다. 부처님 계신 곳에 오면 누구나 자연스레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자비의 본성이 절로 깨어나는 것만 같다.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을 정성껏 주선해 주신 지원 스님은 한국에 출타 중이라 작별 인사를 드릴 수 없었다. 그저 감사한 마음만 조용히 안고, 아무 조건 없이 제공받은 숙소의 포근함을 마음속에 담았다.

이제부터 부처님의 숨소리를 만나로 간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꾸마 씨의 자동차에 올라, 약 10여 분 거리의 사르나트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부처님의 첫 법음(法音)이

들리는 듯했다. 아내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라는 법륜 스님의 책자를 꺼내 들고는, 책 속 내용을 열정적으로 우리에게 읽어주었다.

사르나트(Sarnath)는 인도 북부, 바라나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불교 성지다. 불자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품고 있는, 특별한 의미의 장소다. 바로 이곳에서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법을 설하셨다. 초전법륜이 이루어진 그 자리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은 한때 함께 수행했던 다섯 비구를 떠올리셨고, 그들을 찾아 이곳 사르나트에서 처음 가르침을 전하셨다.


'사성제와 팔정도', 고통의 원인과 해탈의 길을 밝히는, 부처님의 첫 메시지였다.

처음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다메크 스투파(Dhamekh Stupa)였다. 높이 48미터, 직경 28미터. 웅장한 크기와 묵직한 기운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우리는 탑 앞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삼배를 올렸다. 그리고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탑 주위를 시계방향으로 돌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염송 했다.

가족의 건강과 소원 성취를 제일 먼저 빌었다. 나도 결국 이기심을 벗지 못한 중생이었다. 하지만 발밑에 닿는 흙조차도 경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투파 주변은 평지로 탁 트여 있었고, 그 안엔 옛 수도원과 사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허물어진 기단, 무너진 벽돌, 잘린 석주 하나하나가 세월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걸으며, 이곳에서 수행했던 수많은 수행자들의 발자취를 떠올렸다.

녹야원의 한쪽에는 ‘사슴 동산’이 있다. 본래 이곳은 사슴들이 살던 숲이었다. 부처님께서 법을 처음 설하신 자리, 그 상징처럼 여전히 사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순례객들은 미리 준비한 당근이나 채소를 나누어주며 작은 공덕을 쌓는다. 나도 조심스레 먹이를 건네며 이곳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성지임을 실감했다.

근처에는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도 있다. 꼭 들러야 할 명소다. 이곳에는 아쇼카 대왕이 세운 석주와 그 위에 올려진 네 마리 사자상, 현재 인도의 국장(國章)의 모태가 된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부처님께서 사성제와 팔정도를 설하시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전법륜상’은 인상 깊었다. 하나하나의 유물에서 당대의 예술성과 불심이 동시에 전해졌다.

박물관을 나와 공원을 걷다 보면, 아쇼카 나무, 영불탑 등 또 다른 유적들이 이어진다. 사르나트는 단순한 불교 성지를 넘어서, 인도의 고대 종교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박물관 같았다. 고요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나는 조용히 마음을 비워갔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깨달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전해야 할 부처님의 진리라는 것. 그가 처음 가르침을 전하신 이 자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 진정한 순례란,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일이란 것을… 나는 사르나트에서 배웠다.


두 시간여의 짧지만 깊은 여운을 뒤로하고, 부처님께서 출가 전까지 성장하셨던 카피라바스투로 향했다.

가는 길, 쉬라바스티에 있는 한국절 기원정사에 들러 참배를 하고, 정갈한 점심 공양을 받았다.


[사르나트 주요 유적들]

다메크 스투파, 다르마라지크 스투파, 물 간다

쿠티, 초전법륜상, 사슴동산, 영불탑, 자이나교

사원, 고고학 박물관,아쇼카석주.아쇼카 트리등이다

아쇼카트리는 부처님을 낳을 때 마야 부인이 가지를 붙잡고 의지했다는 나무다.

동글게 퍼져 그늘을 만드는 나무와 그냥 위로 뾰족하게 자라는 두 종류의 나무가 있다.

이나무는 기원전 250년경 마우리아 왕조 아쇼왕의 군인들이 부동자세로 도열해 있는 거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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