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이다, 도전은 미래다
지난 일요일 아침 산책을 겸해 들른 석촌호수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했다. 수영복 차림의 남녀 수백 명이 호숫가에 줄지어 서 있었다. 족히 500명은 넘어 보였다. 오전 7시 정각, 출발 신호와 함께 이들은 일제히 호수로 몸을 던졌다. 중고생부터 청장년, 노년층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마치 연어 떼가 알을 낳기 위해 상류로
치달리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날은 올해로 4번째를 맞은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 돌며 1,500미터 오픈워터 수영을 마친 뒤,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까지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스카이런’ 수직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이색 경기다. 말 그대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수영 실력을 모두 갖춰야만 완주할 수 있는 2종 철인 경기 스포츠다.
철인 3종 경기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면, 아쿠아슬론은 롯데 측에서 자체 개발한 새로운 형식의 경기다. 아직은 한국에서만 열리는 대회지만, 외국인 참가자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국제 이벤트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몇몇 외국인 참가자들이 경기에 직접 나섰다.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이색적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석촌호수가 단순한 시민 휴식처를 넘어 국제적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한계를 뛰어넘는 현장을 바라보며, 나 역시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운을 얻는 느낌이었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특히 70대 노인들이 젊은이 못지않게 수영과 계단 오르기에 도전하는 모습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었다.
도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더 빨리 나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뛰는 듯했다. 그것이 이 경기의 가장 아름다운 목적이다.지금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와 갈등, 분열 속에서도 이렇게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희망은 다시 살아난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아쿠아슬론을 기업의 이벤트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관광특화 스포츠 콘텐츠로 육성해 보면 어떨까. 나아가 국제 대회로 확대하여, ‘K-팝’, ‘K-푸드’에 이어 ‘K-스포츠’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유망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회는 단순한 체력 경쟁을 넘어 도전정신과 시민참여, 그리고 지역 관광 활성화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런 도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 교육의 일환으로 수영과 수직 마라톤을 접하게 한다면, 단순한 체력 훈련을 넘어 인내심, 끈기, 자기 극복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청소년 교육과 관광 산업을 동시에 아우르는 미래형 스포츠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쿠아슬론은 단지 한 편의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고, 함께 도전하며, 함께 감동하는 이 장면은 ‘도전의 문화’, ‘극복의 정신’, ‘함께 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소중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이 가능성을 현실로 옮길 차례다. ‘K-아쿠아슬론’, 한국의 대표 스포츠 관광 브랜드로 키울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