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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Nov 26. 2024

(19) 봉사를 통해 깨달은 삶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손길

 옛말에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고 했다. 오늘 아침, 급식 봉사를 갈지 말지 고민했다. 밤새 몸살 기운이 있었고 비까지 내려 침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한 번 빠졌던 일이 마음에 걸렸고, 어젯밤에 받은 종로복지단체의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연락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망설임 끝에 집을 나섰다. 봉사를 다녀온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짐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고, 찌뿌둥하던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행복 문화 봉사 단장

 봉사 현장에서 마주한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60대, 70대의 여성분들이었다. 이 나이는 몸을 쓰는 일에 부담이 될 법하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굵어진 손마디와 주름진 손등은 오랜 세월 동안의 노동과 희생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분들은 자식을 키우며 생업 현장을 누볐고, 가정을 지키며 삶을 개척한 전형적인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이었다. 이제는 쉴 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설거지였다. 약 600여 개의 식판을 정리하며 잔반을 비우고 세척을 준비해야 했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뻐근하고 어깨가 아파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식판을 바라보며 체력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한계를 느꼈다. 순간, 내 옆에서 묵묵히 일하던 두 명의 60대 여성 봉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한마디 불평 없이 능숙하게 손을 움직였다. 모든 동작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중 한 분께 물었다.

"봉사하니 행복하세요?"

잠시 멈칫하던 그분은 이렇게 답했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그냥 하는 겁니다."

행복 문화 봉사댠

그 짧은 대답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나는 단 하루 봉사하고도 힘들다고 투덜댔는데, 이분들에게는 이 힘든 일이 '그냥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마치 특별한 일을 한다는 식의 얄팍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러워졌다.


 알고 보니 이분들은 일주일에 3~4회 봉사하신다고 했다. 심지어 종로 일대에는 이런 무료 급식 봉사단체가 수십 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매일 수백 명의 봉사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헌신하고 있다. 그들이 없다면 수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매일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의 손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황금 같은 손'이다. 봉사 현장에서 바라본 그분들의 손길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헌신과 사랑의 표현이다.


 오늘, 나는 같이한 이분들의 모습에서 세상이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단순히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그 손길이 얼마나 세상을 밝히는지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나의 손도 이들처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손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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