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를 다스리는 교훈
화의 본질과 영향(인도경험)
화를 내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마치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단순히 감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는 우리 몸과 마음을 해치는 독이 되며, 관계를 깨뜨리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김수환 추기경도 "화를 내는 사람은 스스로를 죽이고 남도 죽인다"라고 하셨다. 이는 화가 단순히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와 주변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몇 년 전, 인도에서의 한 경험은 이러한 교훈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뉴델리는 인구 1,500만 명이 넘는 세계적으로 혼잡한 도시다. 이곳에서의 도로 상황은 혼란 그 자체다. 차선은 있으나 마나, 자동차는 물론이고 사람, 소, 돼지, 자전거, 오토바이, 우마차까지 뒤엉켜 서로 먼저 가려고 아수라장을 이루곤 한다. 뉴델리에서 운전을 해본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내와 냉정을 시험하는 도전과도 같다.
당시 나는 운전수가 휴가를 떠난 상황에서 임시 운전수를 고용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 시간을 자주 어겨 내게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다. 중요한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한 날, 전날부터 "내일은 반드시 제시간에 와달라"라고 당부했음에도 그는 다시 늦게 나타났다. 시간에 쫓기며 머리끝까지 열이 치밀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당장 그만둬!"라며 그에게 소리쳤다.
화김에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뉴델리의 복잡한 도로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자동차, 오토릭샤, 사람, 그리고 심지어 길 위를 어슬렁거리는 황소들까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황소를 피하려다 그만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사고는 생각보다 크게 났고, 차에서 내린 상대와 고성이 오갔다. 도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소동은 순식간에 구경꾼들을 끌어모았고, 나는 점점 더 당황스러워졌다. 다행히 지나가던 교통경찰이 상황을 정리해 주어 사건은 수습되었지만, 그날 일정은 완전히 망가졌다.
이 사건을 돌이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운전수가 아무리 미웠어도, 그 순간 화를 참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처님도 "화를 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해를 끼친다"라고 하셨다. 화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지속적이고 심각할 수 있다.
화는 우리의 건강에도 해롭다. 분노는 심박수를 높이고 혈압을 상승시키며,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심장질환, 소화기 문제, 그리고 면역력 저하 같은 신체적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화는 관계를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냉정을 유지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거나, 물을 한 잔 마시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거나,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뉴델리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화는 그 순간에는 시원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결국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화를 다스리고 상황을 차분히 해결하려는 자세다.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쳤을 때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된다. 화가 나더라도 자신을 다스리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를 배운다면 우리는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