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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에티오피아 비자 신청

작은 실수가 큰 위기 불러와

by 영 Young

“제발 좀 도와주세요. 이 비행기를 꼭 타야만 합니다.”

“비자 없이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체크인 데스크 직원의 단호한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해당 국가의 비자를 미리 신청하지 않은 내 실수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년 전, 나는 아프리카 케냐를 경유해 에티오피아로 비즈니스 출장을 떠났다. 당일 오전에는 현지 주요 경제인 수십 명과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는 나의 회사뿐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중요한 약속이 걸린 자리였다. 긴 여정을 계획하며 현지 초청자와의 일정을 조율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고, 상담 장소와 오찬까지 완벽히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말았다. 입국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향하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체크인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에티오피아 입국 비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 모든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았다.


현지와의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이 시간 안에 비자를 발급받고 공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30분 거리의 에티오피아 대사관으로 달려갔다. 도착했을 때, 근무 시간 전이라 대사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초조하게 기다린 20분은 마치 2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문이 열리자마자 담당자에게 급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 비자 발급에는 최소 7일이 소요되며, 당일 발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거의 애원하듯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때, 마침 현지 대사가 지나가다가 내 상황을 들었다. 그는 간단히 상황을 파악하더니 담당자에게 비자 발급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비자 신청과 발급은 동시에 이루어졌고, 나는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갔다. 운이 좋게도 다음 비행기에 자리가 있었다.


비행기에 오른 순간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현지인들은 웅성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급히 미소를 띠며 그들을 맞이했고, 비행기 연착을 핑계 삼아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상담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의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비자 신청이라는 사소해 보이는 준비 하나를 소홀히 했던 대가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준비 과정에서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이후 해외 출장을 준비할 때마다 비자 발급, 서류 준비 등 기본적인 절차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회생활에서도 다양한 상황에서 '신청'은 필수적이다. 비단 비자 발급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의 입학 지원서, 직장에서의 프로젝트 제안서, 정부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서류 등, 크고 작은 모든 과정이 결국 ‘신청’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개인의 목표를 실현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신청은 단지 문서를 제출하는 행위가 아니라, 개인의 도전과 희망을 담고 있다. 올바르게 신청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요구 사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필요한 자료를 빠짐없이 준비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계획이라도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준비 과정에서 기본과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했다. 작은 실수가 전체 결과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된 것이다.


삶은 때때로 우리가 간과했던 작은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단순히 비자를 놓쳤던 사건을 넘어, 어떤 일이든 기초를 다지고 철저히 준비하는 삶의 자세를 배웠다.


앞으로도 나는 모든 일에서 기본을 중시하며 성실한 준비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준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통해 나는 실패를 최소화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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