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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에어컨 사용과 지속 가능한 미래

쿠웨이트 산유 부국 에어컨 사용 펑펑

by 영 Young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은 사람들의 일상을 지치게 했고, 그 결과 에어컨 판매량과 전력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에어컨은 현대 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도시 곳곳에 늘어나는 실외기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증하며,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졌다. 편리함의 대명사인 에어컨이 과연 지구와 공존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우리는 부채로 더위를 식히곤 했다. 부채질하는 손목의 움직임은 무더운 여름날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선풍기가 등장하면서 부채는 점차 우리의 생활에서 사라졌다. 요즘 길거리에서 부채를 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손바닥만 한 크기의 휴대용 선풍기가 대중화되며 더위를 식히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았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의 삶을 점차 더 편리하게 바꾸어왔다.


에어컨의 발명은 폭염을 피하는 데 있어 혁신적인 도약이었다. 시원한 실내 환경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있다. 에어컨은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끝없는 편리함을 추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에어컨은 그 정점에 있는 발명품 중 하나다.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내왔다. 부모님은 “에어컨 바람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려하셨다. 에어컨을 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전기요금 부담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견뎠다. 하지만 지난여름은 달랐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고, 손주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더위에 아이들 고생시키지 맙시다. 더위를 먹어 병이라도 나면 큰일입니다. 에어컨 하나 들여놓읍시다.”


매년 아내의 부탁을 거절해 왔지만, 올해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절전형 벽걸이 에어컨을 구입했다. 가성비가 좋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선택하기 위해 꼼꼼히 조사했다. 전기요금과 환경을 고려해 구매했지만, 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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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중동의 산유 부국 쿠웨이트는 에어컨 사용에서 독특한 환경을 보여준다. 쿠웨이트는 연중 평균기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다. 이런 극심한 더위 속에서 쿠웨이트의 근로자들은 하루 근무 시간을 두 번으로 나누어 일한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하고, 한낮의 더위를 피한 뒤 저녁 5시에 다시 출근해 밤 9시까지 일한다.


이곳의 모든 생활공간은 에어컨으로 냉방된다. 집, 사무실, 상점, 자동차 등 어느 곳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느낄 일이 없다. 에어컨이 강하게 가동되어 오히려 추위를 느낄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쿠웨이트에 주재하는 한국 기업의 직원 가족들이 우리의 더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이곳으로 "피서"를 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의아해하지만, 이는 모든 생활이 시원한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쿠웨이트의 시원한 환경 덕분이다.


쿠웨이트의 풍족한 에어컨 사용은 산유 부국이라는 특수한 배경 덕분에 가능하다. 쿠웨이트는 원유 매장량 세계 4위에 위치한 나라로, 물자가 풍부하다. 전기와 물을 무제한 무료로 제공한다. 주민들은 전기를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는 때때로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한때 쿠웨이트 왕실은 “도시 전체를 지붕으로 덮어 고성능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우리 경상남북도 면적과 같은 규모를 에어컨으로 냉방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얼마나 더웠으면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넘쳐나는 오일머니가 받쳐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자원이 풍족한 그들의 현실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오늘날 에어컨 없는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기술 개발과 정책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냉방 기술이나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친환경 건축 기술 등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또한 개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름철 에어컨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낮 시간 동안 자연 환기를 통해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와 기업은 친환경 냉방 기술 연구를 장려하고, 이를 대중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편리함과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지구를 위한 작은 노력을 함께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쿠웨이트의 사례는 에어컨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의 극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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