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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오랜 인연의 가치와 재발견

과거 인연의 중요성과 신뢰

by 영 Young

“Long time no see.”

갑작스러운 전화의 첫마디에 순간 당황했다. 익숙한 표현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나는 잠시 머릿속에서 이름과 얼굴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죠? 별일 없으셨죠?”

“나는 인도에서 온 Promd입니다. 서울에 왔는데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과거의 추억을 불러왔다. Promd, 그 이름은 한때 나의 일상에서 자주 들리던 이름이었다.


10여 년 전, 우리 기업이 인도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Promd는 법률적 조언과 도움을 아낌없이 주던 신뢰 깊은 변호사였다. 그는 문화적 차이와 복잡한 규제 속에서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런 그와의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세월은 그렇게 우리 사이를 조용히 갈라놓았다.


“나는 지금 해외여행 중이라 다음 주말에 귀국합니다. 그때 봅시다. 언제 한국을 떠나십니까?”

“다음 주 초에 국제 세미나 연사로 참가하고 바로 떠납니다.”


그의 일정은 여전히 바빠 보였다. 과거에도 그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늘 활기차게 움직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그래요. 아쉽네요. 저도 오랜만에 뵙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네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의 목소리가 다시 차분하게 이어졌다.

“예, 많습니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겠으니 한국 업체를 인도 유치 파트너로 도와주십시오.”


그의 뜻밖의 제안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차분하게 답했다.

“아, 그래요. 제반 조건을 메일로 보내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 한국 출장 잘 보내시고,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그의 전화는 종료됐다.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오랜만에 연락을 준 그가 반가웠다. 단순히 안부를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연락했다는 점이 더욱 기뻤다.


오랜만에 오는 연락은 언제나 복잡한 감정을 동반한다. 어떤 때는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또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부탁이 담길 때도 있다. 많은 경우, 상대방은 필요에 의해 연락을 하곤 한다. 이런 경우라면 그 연락의 이면에 깔린 의도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은 이유 없이 그저 보고 싶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연락은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Promd의 연락은 단순히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의 연장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었다.


Promd와의 인연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특별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 기업이 처음 인도 시장에 진출했을 때, 그 나라의 관습과 규제,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제공해 주었다. 그의 전문성은 물론, 인간적인 따뜻함까지 더해져 우리는 그를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라 동료로 느꼈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길을 걸으며 연락이 끊겼지만, 다시 이어진 그의 연락은 마치 오래 묵은 와인처럼 깊은 향과 맛을 남겼다. 그의 제안은 단순히 사업적 부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또 다른 협력의 시작이었다.


인연은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어질 때 더욱 값진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다리가 될 때 그것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오랜만에 받은 소식은 나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오래된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하는 값진 보석과 같다는 것을, 나는 다시금 느꼈다. Promd와의 대화는 단순한 비즈니스 논의를 넘어, 인간관계의 깊이와 가치를 되새기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인연이란 이렇게 때로는 기다림과 침묵 속에서 성숙해지고, 다시금 이어질 때 더욱 빛난다는 것을. 오래된 친구와의 대화처럼, 인연의 재회는 언제나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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