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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Jan 03. 2023

갈 대 3

아름다운 약속 이야기 Poetry Sapiens <47>


  갈  대  3

  

 최초에

 바람과 여자와 갈대는 다른 이름의 동일체였을 것이다

갈대가 자라난 강가에는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습기의 몸부림이 보인다

늦가울 작은 바람에 

갈대가 제 몸을 맡기고 몸서리치듯 흔들어대는 것은 

몹시도 아픈 사연을 숨기려는 몸부림 아닐까


풀어헤친 광녀의 헝크러진 갈색 머리카락이 

결국은 하얗게 빛이 바래서 

노녀의 은발처럼 힘없이 늘어져 고개를 못 가눈다     


아침 이슬 눈물을 흘리며

 서러운 모습으로 그 누구의 위로를 받겠다는가?

작은 바람에도 제 한 몸 가누지 못하고 

자꾸 흐느적이는 모습은 애처럽고 가엽다

그것은 거짓으로 속이며

동정을 구걸하는 가련한 여자의 모습 같아서 보기 민망하기도 하다     


일찍이 

푸치니는 리고렛타에서 그 여자의 속내를 다 알아차리고 말았으니 어쩌나?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눈물을 흘리며방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는 여자의 마음 믿을 수 없어”

라고 테너의 높은 음정으로 외치며 조롱하지 않았던가?


그 뿐이던가?

석녀로 열매 하나 맺지 못하고 

아침부터 술에 취한 늙은 기생처럼 흐느적거리는 

그의 모습이 차라리 애처롭고 가엽다


그래도 가을 낭만을 찾는 진자 여자들!

그를 찾아가 해질녘까지 함께 놀아주고 애무해 주었으니

서로가 따뜻한 위로 주고 받았으리라

도리어 너의 위선같은 불행한 속내를 모른척하고

위하여 간절히 기도해 주고픔을 또 어쩌랴!

                                    <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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