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斷想)
흐릿한 안갯속에 대나무 숲은 새벽 명상에 들었고, 저 멀리 구재봉에 구름띠가 걸렸습니다.
지리산 형제봉 자락에 움집 하나 짓고 귀촌하려는 계획은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터 작업을 해 놓았던 땅은 긴 장마와 폭우로 풀밭이 되어 고라니 멧돼지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저 대나무 숲을 가림벽으로, 풀밭을 이불 삼아서라도 이곳에 터 잡고, 그리하여 땀 흘리며 땅을 일구고 가꿈으로써 자신을 정화해야 할 터.... 그런 공덕 하나 없이 어찌 피안(彼岸)의 강을 건너겠습니까.
살아서는 번다한 인연 굴레 끊지 못하지만
죽어서는 혼백을 저 섬진강물에 띄워 보낼 때 나는 진정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