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통신 7

by 김치호

가을도 많이 깊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은 온통 쪽빛입니다.


가을도 많이 깊었습니다.


지금 악양은 대봉감으로 동네동네가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긴 장마와 폭우에다 해거리까지 겹쳐 작황은 예년만 못하지만, 수확에 바쁜 농부들의 손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무척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쪽빛 하늘 아래 펼쳐지는 주홍빛 대봉감 과수원. 그 풍요로운 정경이 마음 가득 황홀감으로 다가옵니다.


토목설계와 터 작업 단계에서 주춤거렸던 집 짓는 일은 9월 들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시공자 선정과 계약 체결이 있었고, 그 무렵 집 설계 작업도 마무리됨에 따라 바로 공사로 들어갔습니다.


추석 직전에 ‘야리가다’(일본말로 야리는 “~을 치다”, 가다는 ‘형틀’을 의미하는 것으로 집을 앉힐 위치를 잡는 일, 우리말로는 ’규준틀’로 순화) 치고 기초 터파기와 버림 콘크리트 작업을 끝냈고요. 지난주부터 골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 작업과 전기배선이 끝나면 레미콘 타설이 이어질 것입니다.


집 짓는 일과 별도로 개인적으로도 바쁜 10월이었습니다. 그동안 준비해 온 책 <<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가 9월 말에 발간되어 집필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격려해 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와 책을 보내는 일, 북콘서트 준비 등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미루어왔던 눈 수술과 관절염 치료 때문에 병원 출입이 잦았습니다. 이제 그런 일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졌으니 좀 더 집 짓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그래도 내일이나 모레 하루쯤은 잠시 짬 내어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지금 절정인 피아골 단풍 구경도 하고, 연곡사(鷰谷寺) 부도전에 들러 집 짓는 일의 무사 회향(回向)을 빌어볼 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악양통신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