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더 바쁘다
올봄에는 내 평생에 제일 바쁜 것 같다. 셔츠 입고 단추 채울 시간도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 봄이 행복하다. 처음 생각처럼 다품종 소량을 선택했다.
비탈길 보수, 배수로 보수, 퇴비장 만들기, 텃밭 울타리 작업, 맥문동 심기만 이틀, 감자 심기, 얼갈이배추, 머위 옮겨심기도 끝났고 마늘 양파밭에 부엽토 깔기 등등 해도해도 끝없는 일이지만 마냥 즐겁다. 뿐만 아니라 배롱나무 삽목도 했고 더덕씨도 뿌렸다. 고들빼기, 칼신냉이, 원추리, 냉이를 한곳에 옮겨 심고 벌통도 4개 놓았다.
그저께부터는 고구마, 가지, 양배추, 고추, 토마토, 강낭콩, 참나물, 오이, 참외, 수박, 호박, 땅콩, 방풍나물도 심고 있다. 내일부터는 파프리카, 치커리, 쌈채, 우엉도 심어야겠다. 또 나물 밭의 잡초도 정리하고 닭장도 만들 것이다.
이미 있는 웅덩이를 넓히고 미꾸라지도 키울 생각이다. 우렁이도 꼭 키워보고 싶다. 며칠 후에는 들깨, 참깨도 심을 생각이다.
그 와중에 아내 산소 주변 정비 작업을 사흘 했고 아직 며칠 더 해야 된다. 가죽나무, 초피나무, 산초나무, 오가피, 보리수나무 주변의 잡목들도 없애야 한다.
혼자 살면서 이걸 다 어떻게 먹을지 조금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내고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즐겁다는 것이다. 바빠서 그렇지 체력은 아직 견딜 만하다. 저녁에는 헬스장에 매일 가고 석문호흡 수련도 계속한다. 호흡이 깊어지니까 힘도 좋아지는 것 같다. 밤엔 피곤하지만 황토방에서 뜨끈하게 자고 나면 아침에는 새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게으르지 않고 나의 왕국을 열심히 짓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한바탕 바쁜 봄이 지나면 차분히 작품 쓸 시간도 생기겠지. 꿈을 위해서 뚜벅뚜벅 걷는 나에게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