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연 (24) 잘 먹고살자

by 구민성

잘 먹고살자

%EB%B0%A5.png?type=w580 식사에도 품격이 다른 두 사람


나의 밥 먹는 스타일은 좀 바쁘고 복잡하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김치 한 조각도 따라서 들어간다. 두어 번 씹다가 계란말이도 한 점 입에 넣는다. 또 두어 번 씹다가 고추 장아찌를 조금 베어 물고는 된장도 한 숟가락 입에 넣는다. 이내 불룩해진 볼 안에서는 비빔밥이 만들어진다.


대충 꿀꺽 삼키고는 또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식탁에 놓인 예닐곱 가지의 반찬을 번갈아 먹는데 아까처럼 이것저것 섞어서 먹으니 입 안에서는 잡탕이 된다. 나는 식성이 좋아서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속도까지 빠르니까 걸신들린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가까운 후배와 시장통 보리밥집에 가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평소처럼 몇 가지의 나물과 된장을 넣고는 거기에 젓국물까지 넣어 비볐다. 볼이 비좁도록 가득 밀어 넣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후배를 보았다.


그는 콩나물무침 한 젓가락에 된장만 넣어 두 숟가락 정도 비벼먹었다. 그다음에는 시금치나물 한 가지와 된장만 넣어 또 비벼 먹었다. 그런 식으로 몇 가지의 나물을 번갈아 먹다가 가지나물이 맛있다면서 한 번 더 비비기도 했다. 이렇게 먹어야 각 반찬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의 식사법은 빠르게 많이 먹는 게 핵심인 것 같다. 그런 방법으로 먹으면 김치의 아싹하고 상큼한 맛을 놓칠 것이다. 계란말이의 깊은 맛도 지나쳐버리고 고추 장아찌의 맵싸한 풍미도 반감될 것이다. 잡탕식 짬뽕이 되어서는 식자재 각각의 고유한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가 없다. 나의 식사법은 천박한 식탐의 전형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반찬의 종류도 좀 줄여야겠다. 국 또는 찌개 중에서 한 가지를 기본으로 한다면, 나물 한 가지에 김치만 있으면 되겠다. 사실 김치만 해도 파, 마늘, 고춧가루, 생강, 젓갈 등등 여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다. 계란말이나 김구이를 먹고 싶으면 그것은 나물 대신에 끼워 넣자.


어쨌든 가짓수를 줄이는 게 좋겠다. 아침에 여덟 가지의 반찬을 차리기보다 네 가지의 반찬을 먹고, 나머지 네 가지는 점심으로 먹으면 된다. 상을 차리기도 쉽고 치우기도 쉽다. 그렇게 먹으면 미니멀라이프의 실천이 되는 것이다. 또 한 입에 여러 가지의 반찬을 넣지 말고 한 가지씩 먹어야 고유한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생의 식습관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고칠 건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음식을 먹는 것이지 안 그러면 음식에게 먹히는 꼴이 된다. ‘안다’를 넘어서 ‘한다’로 가자. 잘 먹고사는 일이 만만한 게 아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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