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이의 비극>
개구쟁이 여섯 명이 명경이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서 입방아를 찧었어요.
“야, 거울아! 비춰 봐.”
“그래, 비춰 봐. 넌 거울이잖아?”
“세상에! 명경이가 뭐야?”
“넌 이름이 왜 그래?”
명경이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어요.
“으응. 우리 아라버지(할아버지)가 막(맑)은 거우쩌염(거울처럼) 살라고…….”
“우헤헤! 아라버지가 막은 거우쩌염? 좀 웃기지 마.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맑은 거울 좋아하시네.”
악동들은 계속 명경이를 놀렸어요. 명경이는 처음부터 지적장애 아동으로 태어났어요. 모든 행동과 걸음걸이도 느리고 말씨도 분명하지 못했어요. 얼굴은 여자애들보다 뽀얗지만 손놀림이 둔해서 글씨도 잘 쓰지 못해요.
특수학교에 다니다가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이 학교로 옮겼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너무 짓궂어요. 명경이가 무슨 장난감이라도 되는 듯이 가지고 노는 거예요. 노래 불러봐라, 춤춰봐라, 동물 흉내 내봐라 등등 이런 것들을 자꾸 시키면서 괴롭혀요. 말을 듣지 않으면 더 많이 놀리고 때리기도 해요. 어떤 날은 얼굴에 상처가 생기고 허벅지에 멍이 들기도 했어요.
엄마가 학교에 가서 따졌어요. 선생님은 악동들을 야단친 후에 엄마에게 명경이를 특수학교로 다시 옮기도록 권했어요. 그러나 명경이가 반대해서 그냥 이 학교에 계속 다녀요.
며칠 후에는 또 집단 괴롭힘이 반복되었어요. 명경이는 맞지 않으려고 악동들이 시키는 말을 들었어요. 제일 어려운 것이 지렁이 흉내 내기였어요. 엎드려서 몸을 꿈틀꿈틀해야 하는데 잘 안 되었어요. 또 어려운 건 피아노 치기였어요. 음이 하나도 안 맞아요. 악동들은 명경이가 잘 못 하면 더 재미있어했어요.
어느 날 싸움 대장 철민이가 계단 앞에서 명경이에게 살금살금 접근했어요.
“왁!”
철민이는 큰 소리와 함께 명경이를 확 밀었어요. 놀라게 할 생각이었지만, 명경이는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어요. 조금 꿈틀거리던 명경이는 이내 축 늘어졌어요. 철민이는 도망쳤고 친구들이 선생님께 알렸어요.
잠시 후 119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명경이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별이 되어 하늘로 갔어요.
본래 심장이 약했던 명경이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심장마비가 된 거예요.
열 살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에요.
엄마는 며칠 동안 밥도 못 먹고 병원에 입원했어요.
아빠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까지 모두 큰 슬픔에 빠졌어요.
<하늘나라에서>
명경이의 영혼은 하늘나라로 갔어요.
“넌 이름이 뭐냐?”
“명경이, 최명경이라 해요.”
이상한 옷을 입은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가 물었고, 명경이가 또랑또랑 대답했어요.
자신도 깜짝 놀랐어요. 발음이 선명해진 거예요!
“난 옥황상제라 한다.”
“우와! 신들의 대빵 신이네요?”
“하하. 그렇단다. 그런데 넌 왜 여기 왔지? 너는 아직 올 운명이 아니야.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요? 근데 어떻게요?”
“몸은 없어졌으니, 정신만 돌아가는 거지. 그래, 넌 어떤 동물이 되고 싶니?”
“저는 진돗개가 좋아요.”
“좋다. 너는 지금부터 진돗개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진돗개 17번의 귀환>
옥황상제는 명경이의 영혼을 진돗개 훈련소에서 가장 영리한 17번 훈련견에게 넣어줬어요.
어느 날, 17번은 훈련소를 탈출해 명경이의 집으로 향했어요.
‘엄마…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동물을 싫어해 대문을 닫아버렸어요.
‘곧 아빠가 오시겠지…’
아빠는 술 냄새가 났지만 17번을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대문을 열어주자 17번은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아빠가 쫓아내려 했지만 17번은 절대 나가지 않았어요.
다음 날, 엄마는 깜짝 놀랐어요.
리모컨을 발로 눌러 만화영화를 틀고, 삶은 밤을 좋아하고, 밥도 된장이랑 소시지랑 먹는 17번.
엄마는 말했어요.
“어머, 꼭 명경이 같네…”
그리고 17번이 엄마 어깨를 안마하자,
“아니, 개가 이럴 수가! 밥 먹고 어깨 안마는 우리 명경이가 매일 그랬는데…”
<학교에 다시 간 17번>
다음 날 17번은 학교로 갔어요.
3학년 2반 명경이 자리로 가 앉았어요.
쫓아내려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시끄러웠어요.
그러자 17번은 철민이에게 달려들었어요.
옷만 물고 흔들었지만 철민이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조금 전까지 철민이는 과거처럼 태훈이를 괴롭히고 있었어요.
'난쟁이야?' 하면서요.
17번은 철민이를 다시 끌고 와 무릎 꿇게 했어요.
그 모습에 태훈이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요.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
철민이의 눈에는 눈물이 매달렸지만, 입은 살짝 웃으며 말했어요.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이제 누구도 괴롭히지 않을 거야.”
17번은 꼬리를 흔들며 기뻐했어요.
‘그래, 이제 널 용서할게. 약한 친구들을 도와줘야 해.’
<밤에 달을 바라보는 17번>
달 위에 옥황상제가 웃고 있었어요.
‘옥상황제님, 정말 고마워요.’
“또 옥상황제래… 옥황상제라니까.”
17번은 헤헤 웃으며 개집 옆 모래통에 응가를 했어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