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1/23)

by 구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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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지야, 울지 마.... 제발...


1. 못내미가 아니라고


“싫어! 난 그 이름 싫어. 흥! 못내미가 뭐야?”

효지는 아까부터 입을 삐쭉거리며 팩팩 쏩니다.

“에이, 사람도 아니고 기껏 목각 인형인데 뭘 그래?”

대학생 정규 오빠가 효지를 달래는 말입니다.

“그래도 내 동생이야. 체! 못나지 않았어.”

효지는 눈을 흘기며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그럼 못내미 아니면 뭐가 좋겠니? 반대만 하지 말고 네가 좋은 이름을 대봐.”

작은언니가 달래듯이 말해도 효지는 딱히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냥… 음……. 하여튼 못내미 빼고 다른 걸로 지으면 되잖아?”


효지가 계속 고집을 부리니까 큰언니가 나섰습니다.

큰언니는 2년 전에 결혼했고 효지보다는 스물다섯 살이나 많지만, 그래도 효지와 말이 잘 통했습니다.

“효지야. 못내미 이름도 예쁘네. 못내미라……. 예쁜데.”

“피! 말도 안 돼! 못난 게 못내미지, 어째서 예쁜데 못내미야?”

효지는 ‘흥! 체! 피!’를 번갈아 하면서 불평하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울먹울먹 하니까 형부가 한마디 했습니다.


“막내 처제. 그러지 말고 투표하면 어떨까?”

효지는 형부를 빤히 보면서 물었습니다.

“투표요? 어떻게요?”

“음… 못내미와 다른 이름 중에서 찬성하는 쪽에 손들기로 하지, 뭐.”

효지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우겼고 눈물도 보였으니 어쩌면 자신의 주장이 먹혀들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투표해요.”

효지가 큰소리치니까 형부가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자, 먼저 우리 막내 처제 말처럼 ‘다른 이름 짓기’를 찬성하시면 손 들어주세요.”

짠! 효지 혼자만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럼, 못내미 이름이 좋다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짜잔! 엄마, 아빠, 작은언니, 오빠까지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큰언니는 형부의 손을 잡고 같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6:1로 목각 인형은 못내미가 되었습니다. 모두 못내미를 위해 건배를 하겠습니다. 잔을 채워주십시오.”

형부의 말에 모두 음료수 잔을 채웠습니다.

건배 제의는 아빠가 목청을 가다듬고 크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새 이름을 얻은 못내미는 내가 은행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각 인형입니다. 비록 말 못 하는 인형이지만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환영하는 마음으로 건배를 하겠습니다. 내가 선창을 하면 모두 따라 해 주세요. 못내미를 위하여!!”

“위하여!!”


아빠의 선창에 따라 모두 복창을 하고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효지는 복창도 안 하고 음료수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냥 눈을 내리깔고 입만 튀어나왔습니다.

순간 엄마는 약간 후회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못내미로 결정될 것인데, 나 혼자라도 효지 편에 손을 들어줬으면 애가 덜 서운했을 텐데…….

내가 잘못했어. 6:1이나 5:2나 결과는 같은데 야박하게…….’


큰언니는 효지의 눈치를 살피며 분위기도 바꿀 겸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아빠, 못내미는 왜 만들었어요?”

“아, 그거? 그건 말이야. 우리 집에는 딸 셋에 아들이 하나뿐이잖아? 그래서 균형도 안 맞고, 또 효지가 전에부터 남동생을 자꾸 원했거든. 그래 아빠가 은행나무로 하나 깎았지, 뭐.”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효지가 제 동생이라 했네요.”

작은언니의 말에 모두 웃었지만, 효지는 혼자 뾰로통했습니다.


효지는 밤마다 인형을 제 방에 안고 갑니다.

침대 옆 방바닥에 수건 한 장을 깔고 인형을 눕히고, 또 한 장은 덮어줍니다.

마지막 한 장은 세 번 접어서 베개처럼 만들어 머리에 받쳐 줍니다.

그리고 못내미로 이름이 결정된 바로 그날부터 자기 혼자 ‘잘내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투표에서는 못내미로 결정됐지만 효지는 자기만 부르는 이름을 따로 지은 것입니다.

아무리 못생긴 목각이라도 그렇게 창피를 주거나 부끄러운 이름을 붙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얼른 보면 참 못생겼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고 아무리 뜯어봐도 못생긴 건 분명합니다.

볼품없이 비딱한 이마, 좌우 크기가 다른 두 눈, 얼굴의 절반 정도나 되는 주먹코,

양 끝이 처진 입술은 방금 울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튀어나온 똥배,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


아빠는 다 만든 후에 밉게 생겼다면서 작업실 구석에다 처박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효지는 자신의 부탁으로 만든 동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효지는 목각 인형의 먼지를 털고 아빠 모르게 들기름을 발라서 화장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부탁해서 뜨개실로 옷을 만들어 입혔습니다.

엄마는 효지가 좋아하는 멜빵바지도 만들어 입혔습니다.

효지는 그 인형을 사랑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어루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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