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인형의 행복한 시간...
3. 기적의 발견
효지가 잘내미의 얼굴을 쓰다듬는데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습니다.
효지는 잘내미의 이마에 떨어진 눈물을 닦으면서 혼잣말을 했습니다.
“잘내미야. 엄마가 너무 불쌍해. 나는 아직 어려서 별 도움도 안 돼. 엄마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좋은 방법이 있으면 누나에게 좀 알려줘.”
그리고 귓속말로
“잘내미야, 부탁해.”
라고 하면서 이마에 뽀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잘내미의 처진 입술 끝이 위로 싸악 올라가면서 웃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두 번 끄덕였습니다.
효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어! 어? 이거 뭐야?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효지는 자신의 손등을 꼬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효지는 다시 확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잘내미야, 다시 웃어봐. 고개도 끄덕이고 해 봐.”
하지만 잘내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효지는 아까 잘못 본 것일까 하며 혼란을 느꼈습니다.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마침내 효지는 조금 전의 마지막 행동을 기억해 내고는
“잘내미야, 부탁해.”
하고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잘내미가 또 싸악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세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효지는 정말 놀랍고 신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지시를 했습니다.
아니, 부탁을 했습니다.
“잘내미야. 이제 일어서서 걸어봐. 잘내미야, 부탁해.”
조용히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곧바로 잘내미가 아까처럼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였습니다.
세상에!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까요?
또 확인하고 싶어서 약간 다르게 해 봤습니다.
“이제 춤을 춰봐. 못내미야, 부탁해.”
일부러 못내미라 불렀고 이마뽀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잘내미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효지는 드디어 잘내미와의 소통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확인을 위해서 또 시켜봤습니다.
“일어나서 춤을 춰봐. 잘내미야, 부탁해.”
이번에는 ‘잘내미야, 부탁해’라는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역시 잘내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춤을 추었습니다.
겅중겅중 뛰거나 팔을 흔들며 자유롭게 춤을 추었습니다.
나중엔 머리를 땅에 붙이고 빙빙 돌면서 비보이 춤도 추었습니다.
효지는 너무 신기하고 흥분이 되어서 앉았다가 섰다가 도무지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우와! 내 동생이 드디어 나랑 통하게 되었어. 완전 대박이야!”
효지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방에 불을 켜놓고 있으니 엄마가 왔습니다.
“얘 효지야.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자니? 얼른 자야지.”
하면서 전기 스위치를 내렸습니다.
효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아직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
3월이 되어서 효지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효지는 학교에서 자기를 예뻐해 주는 친절한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새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 잘내미가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잘내미 생각만 하면 행복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혼자 실실 웃기도 하고 자꾸 시계를 보면서 초조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마음이 급해서 막 뛰어갔습니다.
짝꿍인 민규가 햄버거를 사준다고 했지만 못 들은 척하고 뛰어갔습니다.
아니, 정말 안 들렸습니다.
오직 잘내미만 생각나고 다른 것은 전부 관심이 없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잘내미만 끼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효지가 왜 그러는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얘, 효지야. 왜 못내미를 그렇게 끼고 다니니?”
“아빤 몰라도 돼요. 그리고 얘 이름은 못내미 아니거든요.”
“녀석, 설날 가족회의 때 못내미로 결정했잖아? 투표까지 해 놓고선…….”
“흥! 난 못내미로 부르기 싫어요. 체! 아빠만 그렇게 불러요.”
효지는 아빠에게 샐쭉하게 쏘아붙이고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아빠 작업실과 전시실이고, 식구들의 방은 모두 3층에 있습니다.
효지는 방에 가서 잘내미를 또 확인했습니다.
“냉장고에서 주스 한 잔 갖다 줄래? 부탁해, 잘내미야.”
라며 낮은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잘내미가 싸악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고 주스 한 잔을 갖고 왔습니다.
효지는 한 모금 마시고 잘내미에게 조금 남겨주었지만 잘내미는 마시지 못합니다.
그래도 효지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방에 있으면서 계속 잘내미와 놀았습니다.
잘내미는 방 청소도 하고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건조대에 널기도 했습니다.
효지가 부탁만 하면 다 되는 겁니다.
저녁에 식당을 마칠 때였습니다.
엄마는 내일 쓸 양파와 호박을 많이 썰어야 한다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저걸 썰기는 썰어야 하는데, 팔이 아파서 어쩌지? 내일 아침에 일찍 할까?”
효지가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힘들면 내일 썰지? 뭐든지 무리하면 안 좋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글쎄, 그럴까?”
아빠는 식당 문단속을 하고 엄마와 효지는 3층으로 먼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효지는 자는 척을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있다가 큰방에 귀를 기울여보니까 엄마는 잠이 들었는지 조용했습니다.
아빠는 주문받은 작품을 만든다고 2층 작업실에서 바빴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안고 1층으로 살금살금 내려왔습니다.
주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따로 모아놓은 호박과 양파를 찾았습니다.
“잘내미야. 엄마가 너무 힘드시니까 우리가 도와드리자. 여기 호박과 양파를 좀 썰어줄래? 잘내미야, 부탁해.”
효지는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잘내미는 싸악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식칼을 들고 호박과 양파를 금세 다 썰었습니다.
크기나 모양은 모두 엄마가 칼질한 것처럼 고르게 잘 되었습니다.
효지는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제 빨리 크지 않아도 엄마를 도울 수 있으니까요.
도마 주변을 잘내미가 깨끗이 정리할 때 효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가슴도 막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효지는 아직도 비밀로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요일은 아침부터 방에서 잘내미와 놀았습니다.
화분에 물 주기, 방 쓸고 닦기, 헌 신문지 정리, 세탁물 정리까지 오전에 모두 다 했습니다.
그런데 약간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시키면 잘내미가 움직이지 않는 거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방 쓸고 닦기를 한 번에 시키면 안 되는 겁니다.
왜냐면 빗자루와 걸레를 바꾸어야 하니까요.
먼저 쓸고 나서 다시 귓속말과 뽀뽀를 하면서 방을 닦도록 부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잘내미가 해내는 역할에 비하면 귓속말과 이마뽀뽀가 뭐 그리 대수입니까?
오후에는 거실 쓸고 닦기, 큰방 쓸고 닦기, 아빠 서재 정리, 베란다 정리, 거울 닦기까지 다 했습니다.
3층은 완전히 새집처럼 변했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안아주면서 귓속말을 했습니다.
“잘내미야, 정말 고마워. 엄마 아빠도 좋아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