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 (12/23)

by 구민성

12. 최 노인의 몸부림

이럴 수가.... 겨우 손에 넣었는데....


최 노인은 잘내미를 안고 자신의 집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지하실의 습한 공기와 눅눅한 냄새가 역겨웠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흐흐, 이놈을 1억 원에 구했어. 멍청한 주인이 3억 원에 안 팔아서 오히려 2억 원이나 싸게 구했지. 권 씨를 만난 게 재수 좋았어. 흐흐흐.”

그는 웃음 띤 얼굴로 잘내미에게 말했습니다.

“얘, 춤춰봐.”

그런데 잘내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 세 번을 시켜도 그냥 그대로였습니다.

잘내미는 그냥 못생긴 목각인형에 불과했습니다.

“어? 이거 왜 이래? 이러면… 안 되는데…….”

최 노인은 무척 당황했습니다.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 다시 해 봤습니다.

세 번이나 거듭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야 그는 머리가 띵하게 아프고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이건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어. 다시 돈을 돌려받고 끝내야지.”


그는 권병기에게 급하게 전화해서 월연정 옆의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거기에서 최 노인은 사정을 이야기하며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돌려달라고요? 영감님, 미쳤어요?”

권병기는 이제 어르신이라 하지 않고 영감님이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오. 그냥 나무토막이지…….”

“글쎄, 나무토막이든 돌덩이든 영감님이 말했던 그걸 갖다 줬잖아요? 그래서 돈까지 받았고요. 그럼 끝난 거지 무슨 돈을 돌려줘요?”

“아니, 그러니까 이게… 시키는 말을 안 들으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잖소?”

“그래서 억울합니까? 나는 이미 전과가 많아서 또 잡히면 벌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왔잖아요? 쓸모가 있거나 없거나 나는 그런 거 몰라요. 영감님이 원하는 걸 갖다 줬으면 끝났지, 무슨 돈을 돌려 달라는 거요?”

최 노인은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바싹 마른 입술에 계속 침을 바르면서 치사하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절반이라도 좀 돌려주면 안 될까요?”

“절반이라뇨? 5천만 원요?”

“그렇소. 반씩 나눕시다.”

“이 영감님 웃기네, 진짜로…. 아니 영감님이 그 인형으로 큰돈을 벌었으면 나에게 절반을 주겠어요? 참, 나!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최 노인은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그래. 주인에게 샀으면 3억 원이잖아? 3억 원을 줘도 이 망할 놈의 나무토막은 그냥 묵묵부답이겠지. 권 씨와 거래했으니 1억 원으로 끝났지.’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이틀이나 지하실에 들락거리면서 춤을 시켜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미 포기한 것을 이틀이나 다시 매달렸던 것도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깨끗이 단념하고 동네 쓰레기통에 잘내미를 버렸습니다.

재수 없다고 침도 세 번 뱉었습니다. 퉤, 퉤, 퉤!


효지가 매일 울며 밥도 안 먹는 바로 그 시각에 잘내미는 쓰레기차에 실려서 어디론가 옮겨졌습니다.

이제 효지와는 더 멀리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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