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 (11/23)

by 구민성

효지의 울음... 부모님의 걱정....


11. 사라진 잘내미


최 노인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일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전부터 조금 알고 지내던 권병기라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한 찻집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보시오, 권 씨. 내가 부탁 하나 할 테니 꼭 들어주시오.”

“무슨 일인데요, 어르신?”

“일단, 하든 안 하든 비밀을 지킨다는 약속부터 하시오.”

“그러죠, 뭐. 남자란 입이 무거워야 하니까요.”

최 노인은 의자를 앞쪽으로 바짝 당겨 앉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 내가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는데… 그걸 갖다 주면 1억 원을 주겠소.”

“으엑! 1억 원이라고요?”

“쉿! 살살 말해요. … 맞아요, 1억 원이요.”

“무… 무슨 물건인데요? 어디에 있는 물건입니까? 엄청 큽니까?”


권병기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침이 꿀꺽 넘어갔습니다.

바싹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른 최 노인이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말이요… 은행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인데…….”

“아니, 어르신. 나무로 만든 인형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1억 원이나 주세요?”

“글쎄, 그런 건 권 씨가 알 필요 없고… 나에겐 꼭 필요하니까 갖다 주시오.”

“그러죠 뭐. 근데 그게 어디 있습니까?”

“아, 저기 고개 넘어 주유소 옆에 있는 청국장집인데, 내일 낮에 거기서 식사하면서 봅시다.”

“네, 네. 알겠습니다.”

다음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질 때 권병기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최 노인은 1억 원에 그걸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3억 원에 못 샀던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튿날은 마침 토요일이라서 효지가 식당에서 잘내미와 마법 시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돌이와 갑순이’ 춤을 마치고 줄넘기도 했습니다.

권병기는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최 노인은 입에서 숟가락도 빼지 않은 채 잘내미를 쳐다보았습니다.

여섯 가지의 마법 시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터질 때,

최 노인이 권병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권 씨, 봤소? 바로 저 인형이오.”

“아, 네.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저걸…….”

“쉿!”

최 노인은 갈색 안경 속의 눈을 빠르게 굴리며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주차장의 느티나무 그늘에서 최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걸 나에게 갖다 주기만 하면 1억 원을 주겠소.”

권병기는 가슴에서 북소리가 나고 1억 원의 돈뭉치가 눈앞에서 어른거렸습니다.

그는 절도와 강도, 사기 등으로 감옥에 여섯 번이나 들락거렸는데,

요즘은 무척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들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남의 물건도 슬쩍 훔치는 좀도둑입니다.

그런 그가 1억 원을 벌 기회를 만난 것입니다.

그로서는 살다가 때를 만난 셈입니다.


권병기는 도둑질의 전문가답게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밤에 식당 근처에서 얼쩡거리면서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저녁에 단체 손님이 많거나 늦게 마치는 날을 잡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런 날은 주인이 피곤해서 깊이 잠을 잘 테니까요.


사흘 지나서 저녁에 관광버스 두 대가 들어왔습니다.

그날은 80명의 단체 손님을 받아서 엄마와 아빠가 무척 피곤했습니다.

설거지까지 다 마치니까 밤 11시가 지났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권병기는 필요한 준비를 다 해서 식당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금진이가 너무 시끄럽게 짖는 겁니다.

온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짖으니까 3층에 불이 켜졌습니다.

권병기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그날은 포기했습니다.

과연 1억 원을 벌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오후부터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권병기는 이런 날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가 어지간히 짖어도 3층까지 들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보통의 자물쇠는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가락 크기의 만능열쇠로 웬만한 자물쇠는 장난처럼 열 수 있습니다.

그래서 1층과 2층에 쉽게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는 잘내미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어서 3층의 문도 어렵지 않게 열었습니다.

3층에 들어가니 모두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효지 방에 살금살금 들어가니, 잘내미가 효지 옆에 얌전히 누워 있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수건을 깔고 덮고 베고 누워 있었습니다.

권병기는 잘내미를 안고 살며시 나왔습니다.

성공입니다. 불과 10분 만에 1억 원을 품에 안았습니다.


권병기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최 노인에게 전화했습니다.

최 노인은 당장 만나자고 하여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최 노인은 현금 1억 원이 든 운동 가방을 권병기에게 주었고,

권병기는 최 노인에게 잘내미를 넘겨주었습니다.

이것으로 두 사람은 각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엄마, 엄마! 잘내미 어디 있어?”

효지는 울상이 되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잘내미? 글쎄… 네 방에 없어?”

“없어! 없단 말이야.”

“그럼, 네 아빠에게 물어봐.”

“아빠, 아빠! 어디 계세요?”

효지는 이번에는 아빠를 크게 불렀습니다.

“효지야, 왜 그러니?”

아빠의 목소리는 화장실에서 들렸습니다.

효지는 화장실 앞에서 크게 말했습니다.

“아빠, 잘내미 못 봤어요?”

“아니, 못 봤는데. 네가 데리고 잤잖아?”

아빠의 대답에 효지는 기어이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없어요. 찾아 줘요. 엉엉!”

“잠깐 기다려봐.”


잠시 후에 아빠가 젖은 머리를 닦으면서 나오더니 효지 방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베란다까지 3층 전체를 둘러보았지만 잘내미는 없었습니다.

2층과 1층까지 다 찾아봤지만 없었습니다.

효지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엄마도 발을 구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부터 했습니다.


잠시 후에 경찰관 두 명이 와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수첩에 메모도 했습니다.

효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침밥도 먹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오직 잘내미가 덮고 잤던 수건을 만지면서 울기만 했습니다.

“잘내미야, 어디 있니? 지금 어디 있어? 앙앙! 빨리 누나에게 돌아와. 앙앙!”

효지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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