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 (10/23)

by 구민성

아빠의 설득... 반발하는 효지... 아, 어쩌나?


10. 아빠의 고민


이틀 후, 최 노인이 또 왔습니다.

그는 항상 운전기사를 차에 기다리게 하고 혼자 식당에 들어와서 1인분만 시킵니다.

그는 지독한 노랑이라서 운전기사에게는 월급 외에 국수 한 그릇도 사주지 않습니다.

그런 노랑이가 아빠에게 많은 돈을 주겠다며 매달렸습니다.

“보시오, 사장. 따님하고 의논해 봤소?”

“……네.”

“그래, 어떻게 할 거요?”

“어휴, 말씀 마세요. 손톱도 안 들어갑디다. 딸과 아내는 무조건 반대라서…….”


최 노인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가 뭔가를 깊이 생각할 때는 동작을 딱 멈추는 버릇이 있습니다.

‘음. 이 사람이 가격을 올리고 싶은 게로군. 그래 좋아, 2억 원을 주자. 설마 2억 원이면 되겠지?’

숟가락을 물고 생각을 정리한 최 노인이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사장. 정 그렇다면……. 2억 원을 드리겠소. 어때요?”

“네? 2억 원이라고요?”

“왜, 돈이 적어요? 나도 더 이상은 곤란하니까…….”

“아니, 저… 그게… 하여간… 나중에 다시…….”

“좋아요. 오늘 다시 의논해 보시오. 이틀 후에 또 올 테니까요.”


최 노인이 나갈 때 금진이가 또 사납게 짖었습니다.

아빠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 2억 원이면…….

은행나무를 대충 깎아서 만든 인형이 2억 원이라면 엄청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이 아까워서 아빠는 저녁에 엄마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우선 엄마부터 자기편으로 만들어두면 효지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보, 나 좀 봐요.”

“왜요?”

“저… 못내미… 아니, 잘내미… 그거 눈 딱 감고 팔아 버립시다.”

“그건 안 된다고 했잖아요? 효지 들으면 또 시끄러워요.”

“아니, 저… 최 노인이… 최 노인이 글쎄… 2억 원을 주겠대요.”

그 말에 엄마의 눈이 숟가락보다 커지고 입은 야구공도 삼킬 만큼 커졌습니다.

“2… 2억 원이라고요?”

“그래요. 2억 원!”

“가만있어 봐요. 그 노인네 엄청난 구두쇠라던데… 왜 그렇게 큰돈을 주겠대요? 겨우 목각인형을… 가만있자.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2억 원이면…….”

“그렇소. 우리 은행 빚도 다 갚을 수 있소. 당신은 늘 은행 빚 때문에 걱정했잖소? 그러니까 효지를 어떻게 좀 설득해 봐요.”

“설득? 그게 될까요? 차라리 효지 없을 때 그냥 팔고… 잃어버렸다고 하면…….”


이제는 엄마도 생각이 슬슬 바뀌었습니다.

아빠는 침을 꿀꺽 삼키고 엄마는 은행 빚을 다 갚는 상상에 마음이 붕 떴습니다.

그렇지만 효지 몰래 파는 것은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흔들던 엄마가 마침내 효지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눕히기 위해 수건을 펴고 있었습니다.

“저, 효지야. 아빠가 그러시는데…….”

“엄마, 나 지금 많이 졸리는데 내일 말하면 안 돼?”

효지는 눈을 비비며 잘내미 옆에 누웠습니다.

“아니, 잠깐이면 돼. 저…… 있지? 그 할아버지가 2억 원을 준다고…….”

“엄마! 또 그 얘기야? 싫다고 했잖아!”


졸린다던 효지가 발딱 일어나서 소리를 팩 질렀습니다.

옆구리에 손을 척 붙이고 아주 싸울 듯이 엄마를 노려봤습니다.

“어… 그러니까… 2억 원이면 우리가 은행에 빌린 돈을 다 갚고…….”

“싫어! 잘내미 못 팔아!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절대 안 팔아!”

정말 철벽 같은 효지의 반응이었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끌어안고 돌아앉았으며, 엄마는 방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최 노인이 와서 혼자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종이컵을 입에 물고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보시오, 사장. 어째 의논이 잘 되었소?”

“아뇨, 저… 그 일은 없었던 걸로 하시죠. 딸애가 워낙 펄쩍 뛰어서… 두 마디도 못 했어요.”

최 노인은 식탁에 소리가 나도록 종이컵을 탁 내려놓더니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습니다.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약간 떨리더니 헛기침을 두어 번 했습니다.

“어험! 흠!…… 그럼 말이요. 내가 … 3억 원을 주겠소.”

아빠는 머리가 띵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믿기 어려웠습니다.


최 노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손에 넣고 마는 끈질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싼 땅을 사서 길을 약간 넓히고 비싸게 팔았습니다.

남의 헌 집을 사서 조금 수리하여 비싸게 팔았습니다.

또 도자기나 그림, 골동품 같은 것도 헐값에 사 와서 경매시장에서 비싸게 팔았습니다.

높은 이자를 받는 사채놀이도 오래 했습니다.

하여간 그런 방법으로 돈을 아주 많이 벌었습니다.

그래서 재산이 수백억을 넘는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잘내미를 3억 원에 사서 5억 원이 될지 10억 원이 될지 하여간 비싸게 팔 속셈이었습니다.

그는 잘내미를 손에만 넣으면 큰 이익을 남기고 팔 자신이 있었습니다.

잘내미는 그만큼 신기하고 귀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효지가 계속 반대를 하니 속이 바짝바짝 탔습니다.

그는 마른 입술에 침을 두어 번 바르더니 결심을 굳힌 듯이 말했습니다.

“방금 말한 3억 원이 내가 줄 수 있는 최고금액이오. 그 이상이면 나도 살 수 없으니 오늘 밤에 마지막으로 의논해 보시오.”

“마지막으로요? 3억 원이요?”

“그렇소. 이젠 내가 오지 않을 테니, 내 전화로 결과만 알려주시오. 좋은 답을 기다리겠소.”

최 노인은 지난번에 주었던 명함을 한 장 더 주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금진이가 콧등에 주름이 잔뜩 생기도록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습니다.

다른 때는 그냥 짖기만 했는데 오늘은 아주 위협적인 눈빛으로 최 노인을 노려보았습니다.

만약 묶여있는 줄이 끊어지면 단번에 사람을 물어뜯을 기세였습니다.

최 노인은 겁먹은 표정으로 얼른 차에 올랐습니다.

그는 손가락이 많이 떨렸습니다.


그날 저녁 아빠는 엄마와 효지를 거실로 불러 앉히고 TV까지 껐습니다.

물을 조금 마신 아빠가 불쑥 말했습니다.

“효지야, 이번엔 네가 생각을 좀 바꾸어서 아빠 말 들어주면 좋겠어.”

“…….”

효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저기, 최 노인이 마지막으로… 3억 원을 주겠대. 3억 원이면…….”

“아빠! 그만해요. 싫어요.”

“효지야, 그 돈이면 우리 은행 빚 다 갚고, 네 오빠 미국 유학까지 보낼 수…….”

“아빠! 절대 안 돼요. 만약 팔고 싶으면…….”

“그래, 팔고 싶으면?”

“효지도 함께 팔아 버리세요!”

효지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젠 엄마가 나섰습니다.

“얘, 효지야. 그게 무슨 소리냐? 함부로 그런 소리 하지 마. 말이 씨가 되니까.”

엄마는 이 이상 더 강요하면 효지에게 큰 상처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엄마가 한숨을 푹 쉬더니 아빠에게 빈정대며 말했습니다.

"여보, 그 노인에게 효지까지 끼워 팔면 돈을 더 많이 받겠죠? 돈을 더 받으면 당신은 좋겠네요. 효지도 잘내미랑 안 떨어지니까 좋겠고……. 하지만 나는 효지가 없으면 못 살아요. 그럼 나까지 팔아 보세요. 한 10억 원 받을까요? 그 정도 돈이면…….”

흥분하면 말이 빨라지는 엄마를 아빠가 막았습니다.

“그만해요! 당신 정말 너무 하구먼. 은행 빚과 정규 유학비를 나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엄마와 아빠가 큰소리로 다투니까 효지는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효지를 가슴에 안고 달랬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은행 빚이나 정규 유학비보다 효지가 더 중요해요.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정리하세요.”

“아니, 그래도…… 다시 한번만 더 생각을…….”

“글쎄, 그만두자고요. 나도 효지랑 같은 생각이니까.”

“당신… 3억 원을 포기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오.”

“그래요. 우리가 노력해서 3억 아니라 10억이라도 벌면 되지요. 요즘처럼 효지와 잘내미가 도와주면 우리 힘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어요.”

“…….”

아빠는 더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많이 아쉬운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질질 끌면 또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서 곧바로 최 노인에게 전화했습니다.

복잡한 서론 따위는 빼고 팔지 않겠다는 결론만 말했습니다.

최 노인의 마지막 말이 건조하게 들렸습니다.

“이보시오, 사장. 당신 나중에는 후회하게 될 거요. 3억 원이 어디 애들 이름이오?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다니, 당신도 참 딱하구려.”

일단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아니, 마무리가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 노인은 그렇게 끝낼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즉시 새로운 흉계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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