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배 동화> 잘내미야, 부탁해! (9/23)

by 구민성

수상한 노인의 등장... 과연 무슨 일이.....


9. 욕심쟁이 노인의 접근


토요일.

효지는 일찍부터 잘내미와 식탁을 닦고 있었습니다.

아직 손님이 올 시간이 아닌데 주차장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젊은 기사가 뒷문을 열어주고 갈색 안경의 그 노인이 내렸습니다.

노인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면서 식당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국수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은 식사를 하면서도 한참 뭘 생각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국수 면발을 입에 물고 앞니로 끊지도 않은 상태에서 앞쪽을 골똘하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렇게 잘내미를 보면서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었습니다.


국수 면발을 하얀 수염처럼 입에 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천천히 면발을 끊었습니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씹었습니다.

그런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한곳에 집중하면 엄청나게 몰두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느껴졌습니다.


한참 동안 느리게 식사하던 노인이 아빠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보시오, 사장. 지금 바쁜가요?”

“아뇨. 아직은 안 바쁩니다. 근데 왜 그러십니까?”

“안 바쁘면 나 좀 봅시다. 이리 앉아 보시오.”

노인이 자신의 앞자리를 아빠에게 권했습니다.


효지는 엄마를 돕느라고 주방에 있었습니다.

아빠가 앞자리에 앉으니까 그 노인은 명함을 한 장 주었습니다.

노란 명함에는 ‘학수부동산공인중개사 대표 최학수’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저기, 내가 말이오. 저 목각인형을 사고 싶은데 얼마 드리면 되겠소?”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빠는 얼른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게… 저… 그러니까…….”

“아, 돈은 넉넉하게 드릴 테니 걱정 말고 나에게 파시오.”

“저, 그게… 파는 게 아니고…….”

“글쎄, 돈은 많이 드린다니까요.”

“저… 잘내미는 딸애가 너무 아끼는 거라서… 팔기는 좀…….”

“얼마 드릴까요? 1억 원이면 되겠소?”

“네? 1억 원이라고요?”

“왜, 적은가요?”

“아니, 우리 효지가 뭐라고 할지…….”

“그럼 나중에 딸에게 물어보시오. 나는 내일 또 올 테니까요.”


최학수 노인이 식당 문을 나서는데 금진이가 아주 사납게 짖었습니다.

금진이는 낯선 사람이 신문지라도 한 장 들고나가면 사납게 짖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돈을 받으러 오면 크게 짖었습니다.

매달 신문 값 받으러 오는 아저씨에게도 3년 동안이나 짖고 있습니다.

대신에 뭐 하나라도 갖다 주러 오는 사람에게는 짖지 않는 신기한 개였습니다.

아빠는 동물에게도 신통한 육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빠는 오늘 또 금진이가 많이 짖는 걸 보고 심상찮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저 노인을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에 아빠는 엄마와 효지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조금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효지는 펄쩍 뛰면서 반대했습니다.

“효지야. 저… 있잖아… 1억 원이면 아주 많은 돈이니까 다시 생각을…….”

“싫어요! 돈이면 다야? 난 싫어. 죽어도 안 팔아!”

효지가 워낙 싫어하니까 그날은 일단 아빠가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효지로부터 물러났지 엄마에게는 다시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도 효지를 달래 봐요. 1억 원이면 정말 큰돈인데…….”

“안 돼요. 효지는 목각인형이 아니라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당신 같으면 동생을 팔겠어요?”

엄마는 따지거나 반대를 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말도 빨라집니다.

“동생은 무슨… 그냥 나무토막인데…….”

“아니, 여보! 그냥 나무토막이 춤을 춰요? 뽀뽀해 준다고 설거지하고 안마도 하고 청소까지 하는 나무토막 봤어요?”

“그래도 그렇지. 은행나무토막을 대충 깎아서 1억이나 받으면 엄청나…….”

“아, 그만해요. 효지 들으면 난리 나겠어요.”

“난리는 뭐…….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그 영감님, 최학수라 했죠? 나 그 사람 싫어요. 주방에서 얼른 봤는데 안경 속의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뭔가 두리번거리며 엿보는 눈치가… 어쩐지 남에게 상처를 줄 사람 같아요.”


아빠는 정색하면서 반박을 했습니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요. 나쁜 사람이라는 근거가 어딨 어요?”

아빠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뭔가 께름칙하기도 했습니다.

‘금진이가 그렇게 심하게 짖는 걸 보면…….’

어쨌든 그날은 아빠가 더 우기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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