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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먼저 고를까?

ep.2 집을 꾸미는데도 순서가 있다

by 지감독

이사를 결정하고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워낙 좋은 레퍼런스와 공간들을 많이 보고 다니다 보니, 하고 싶은 건 많고 정작 우리집은 어떻게 꾸며야 할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곤 했다. 틈만 나면 그동안 사고 싶던 가구며, 조명이며 위시리스트를 장바구니에 마구 담았는데 그럴수록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대혼돈 그 자체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초심(?) 으로 돌아가 생각했다.


어떤 톤의 집으로 꾸밀까.


집을 꾸민다는 건 물건을 들이는 순서보다 톤을 세우는 일이다. 가구나 조명을 고르기 전에 먼저 톤을 정하고, 톤이 정해지면 색도, 재질도, 빛도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공간의 인상은 개별 물건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못하는 현실상, 집이 가진 기본 마감재를 먼저 떠올렸다. 여느 아파트들처럼 흰 벽지에 우드 톤의 강마루 바닥. 다행히도 시뻘건 체리목의 계열은 아니고 무난한 밝은 오크톤이었다. 다만 거실 한 면이 우드로 마감되어 있어 가구 선택이 약간 제한적이었다. 우드톤이 많은 집에 나무 가구가 많아지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마감재와 가구의 우드톤을 맞추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집의 톤이 정해졌다면, 그 다음은 가구를 고르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위시리스트는 항상 백만 개지만 예산은 한정적이고, 모든 공간이 포인트가 되면 오히려 피곤해지니까. 먼저 힘을 주고자 하는 공간의 메인 가구를 정하고, 그 가구가 주는 질감과 색을 기준으로 나머지 가구와 가전, 소품의 톤을 맞췄다. 거실 한 벽면에는 오래전부터 갖고 싶던 USM 수납장을 두고, 그 위에는 비슷한 재질의 루이스 폴센 조명을 배치했다. 화이트 컬러는 너무 흔한 선택이었지만, 우드톤 벽면을 감안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네이비를 포기했다. 지금 와서 보면 어떤 소품을 올려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바탕색이 되어 오히려 더잘한 선택이었다.

KakaoTalk_20251111_173557818.jpg 이사 초기, 거실 USM


나머지 공간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했다. 주방은 기존에 사용하던 블랙 원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팬던트 조명을 골랐다. 눈에 띄는 소형 가전들도 블랙으로 맞추고 대형 가전은 집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과 컬러로 선택했다.


결국 집을 꾸민다는 건, 모든 걸 채우는 일이 아니라 무엇에 힘을 주고 무엇을 비워둘지 결정하는 일인것 같다. 공간마다 어울리는 무게감이 있고 그 균형이 맞을 때 비로소 집이 편안해진다. 모든 방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 곳에 시선을 머물게 하고 나머지는 그 공간을 돋보이게 만드는 여백으로 두는 게 좋다.

그렇게 완급 조절을 하며 톤을 맞춘 덕분에 지금은 각 공간이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한다. 아직도 비워둔 공간이 있지만 그마저도 여유롭게 느껴진다. 언젠가 채워질 가구들을 여전히 위시리스트에 담아두며 오늘도 나는 이 집에서 편안하다. 보기 좋은 집보다 살기 편한 집. 그게 지금의 우리 집이다.



집을 꾸미는 순서 tip!

(정답은 없지만 나에게 맞는 질서를 세우는 일)


1️⃣ 집의 톤 정하기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기준. 밝은 톤 or 어두운 톤? 빈티지 or 모던? 내가 추구하는 톤을 먼저 정해요

평소에 Pinterest 에서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를 모아두고 참고해요

2️⃣ 중심 가구 고르기
공간의 무게 중심이 되는 가구 하나를 정하고, 그 질감과 색을 기준으로 나머지 요소를 조율해요

ex) 쇠테리어를 추구하며 금속가구를 골랐다면, 따뜻한 소재와 적절히 매칭해야 가구가 더 돋보여요

3️⃣ 공간마다 감도를 다르게
모든 방을 똑같이 꾸미기보다, 역할과 분위기에 따라 완급을 다르게 해요

4️⃣ 선택과 집중으로 균형을 맞추기
포인트를 줄 곳과 여백을 둘 곳을 나눌 것. 모든 공간이 주인공이 되면 오히려 피곤해져요

5️⃣ 살면서 채워가기
집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아요
살면서 필요한 것을 더하고, 불필요한 건 덜어내면서 채워가요

나의 취향도 살다보면 바뀌듯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채우기보다는

살면서 하나하나 취향에 맞게 골라요


** 이 외에도 집 꾸미는 순서에 대한 궁금한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pikhlezip 에 언제든 물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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