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이사와 함께 시작된 도심라이프
"이런 곳에 아파트가 있었네"
걷기 좋은 날씨의 몇년 전 가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발길 닿는 대로 길을 따라 산책 중이던 우리 눈에 들어온 아파트 단지. 지금 살고 있는 집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다시, 목동의 신혼집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때. 각각 광화문과 신도림의 직장 위치를 고려해 2,5호선 인근 동네를 중심으로 여의도-마포-공덕을 쭉 훑어 올라오며 후보지를 물색하다가 충정로에 다다랐다. 그때 마침 공사중이던 프랑스 대사관의 조감도가 마음을 사로잡았고, 기찻길이 지나가는 서정적인 풍경, 3개 동에 둘러싸인 작은 정원과 연결된 산책로, 광화문까지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 생각보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까지 모든 게 긍정의 신호로 다가왔다.
결정타가 된 것은 집의 구조였다.
최초에 부동산과 약속을 하고 보러간 집은 면적이 84m² 였지만, 중개사가 추가로 보여준 59m² 형은 방2, 화장실 2의 구조에서 안방의 화장실을 없애고 드레스룸으로 바꾼 형태였다. 2인 가구인 우리에게는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더 좋아보였다. 'ㄱ'자의 양면 창을 가진 거실은 채광이 좋아 집을 훨씬 넓어 보이게 했고, 방이 두개라 각 방의 크기가 넉넉해 답답하지 않았다. 역시 공간은 도면의 치수보다 눈의 치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고.
그렇게 이사를 결정하고 남은 세 달 남짓한 시간동안 머릿속엔 '새 집'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새로운 주거환경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신혼집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사서 공간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3년 넘게 함께 살며 쌓인 '우리'의 취향으로 채워질 집을 만들고 싶었다.
집에 산다는 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갖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내가 어떤 리듬으로 하루를 보내고, 어떤 물건을 곁에 두며, 무엇에 마음이 편안해지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곧 '집을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어떻게 꾸미는 것이 나다운 공간을 만드는 일인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집중하는 이야기. 집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습관들로 조금씩 만들어지는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니까.
나의 이야기가 같은 고민은 가진 누군가의 집에도 작은 영감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