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조명으로 완성하는 집의 분위기
나는 공간에서 조명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가볍게 한 잔 마리서 들어간 술집도
형광등이 번쩍 켜져 있으면 바로 마음의 셔터가 내려간다.
맛있는 안주도, 좋은 음악도 다 소용없다.
백색의 형광등 아래 창백하고 초췌해 보일 내모습을 상상하면
뒤도 안돌아보고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지.
반면, 소위 '예쁘고 잘생겨 보이는' 3000K 주광색 조명 아래에서라면 음식도 맛있어 보이는건 물론,
심지어 나 자신도 오늘따라 좀 괜찮아 보이네? 하는 착각까지 든다.
약속 장소를 고르는데 조명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집에서도 조명은 늘 1순위였다.
가구도, 벽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의 감도를 완성하는건 언제나 조명이라고 믿는다.
큰 공사도 필요 없고 예산도 많이 들지 않는데
잘 고른 조명기구 하나가 집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놓는다.
그래서 집에서는 원래 있던 직부등을 거의 켜지 않는다.
거실에서는 캐비닛 위 테이블램프 하나만 켜서
살짝 어둡지만 은은하게 생활하다가
책을 읽을 때만 플로어램프로 조도를 확보한다.
주방에서는 식탁위의 팬던트 하나로 충분하고,
침실 역시 침대 옆의 플로어램프가 공간을 따뜻하게 밝혀준다.
사람이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얼마나 밝은가'보다 어디에, 어떤 빛이 층을 이루고 있는가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직부등은 공간을 균일하게 밝힌다.
모든 곳이 똑같이 보이고 밝고 어두운 차이가 거의 없다.
기능적으로는 편하지만 이 균일함 때문에 오히려 눈이 쉴 곳이 사라진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올린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반대로, 집 안에 여러 조명이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에서 빛을 만들기 시작하면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레이어가 생긴다.
천장 가까이에서 전체 윤곽을 잡아주는 빛이 있고,
소파 옆 플로어램프처럼 사람의 시선 높이에서 머무는 빛이 있고,
테이블 위 작은 스탠드처럼 손이 닿는 높이에서 포인트를 주는 빛이 있다.
이렇게 빛의 층이 생기면
밝고 어두운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뉘고
그 사이에 그림자와 여백이 생긴다.
이 미묘한 명암의 차이가 공간을 훨씬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고,
시선도 안정적으로 머무르게 만든다.
그래서 조명을 여러 개 쓴다는 건
등의 개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집의 강약을 조절하는 역할로써 편안함을 만드는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조명 기구 고르는 나만의 팁!
1️⃣ 조명은 기구보다 '켜졌을 때의 빛'을 보고 고르기
조명 자체만 예쁘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켜졌을 때 벽, 테이블, 바닥에 어떤 형태로 퍼지는지가 결정적이에요
가능하면 반드시 실제로 켜진 모습을 보고 선택하는 게 좋아요
2️⃣ 빛의 시선을 고려하기
테이블램프나 팬던트는 빛이 직접 눈에 들어오지 않는 높이가 가장 중요해요
램프 갓이 아래로 향해 시선 아래에서 빛이 보이면 눈부심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빛이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형태,
혹은 천장이나 벽면을 밝히는 간접 조명 형태가 훨씬 안정적이에요
3️⃣ 빛의 역할을 고려하기
분위기용: 아래로 부드럽게 퍼지는 조명
식탁·작업용: 테이블 위에만 집중되도록 조도 확보
전체 밝기 보완: 천장을 향해 빛을 쏘는 간접 조명
조명의 디자인보다 빛이 어디에 닿는지 생각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4️⃣ 색온도는 기능에 맞춰쓰
휴식 공간(거실·침실): 2700–3000K 따뜻한 빛
집중 공간(서재·주방 조리대): 3500K 전후 중간 톤
전체 조도 확보는 따뜻한 빛 위주로
색온도만 잘 맞춰도 공간이 훨씬 편안해져요
** 이 외에도 조명 선택에 대한 궁금한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pikhlezip 에 언제든 물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