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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by Anna

차가운 바람놈.

우리 집 현관문을

탕탕 두들겨 댄다.

그놈 문틈으로 기회를 엿보며

따스함이 너울대는

내 집 문턱을 넘으려 들면

나는 어깻죽지 끝까지

담요를 잡아당겨

환영받지 못한 손님을

끝내 모른척해 본다.

성탄절이 두어날 지나도

여태 걸려있는 조명 장식을

탁하고 밝히니

여기 이곳은

귓불이 몽글해지는

따사로운 세상.

바람 녀석의 칼 같은 감아 차기에

길바닥에 널어놓은 현수막이

춥다 아프다 울부짖는다.

떨어질 나뭇잎도 없이

가지 끝을 파르르 떨던

가로수 은행나무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봄이나 되어 벌어질 복수를 꿈꾸며

잠이 든다.

눈물이 찔끔 나게 하는

찬 바람 놈이

내 방 유리창을 맴맴 돌고 돈다.

그놈 창틈으로 기회를 노리며

이불로 덮어 놓은

내 자리 넘겨보려 하면

나는 발가락 끝까지

장판에 비벼대며

물리친다.

창 밑에 걸린 눈부신 해가

쪽문 아래까지 길게

다리를 들이미니

여기 이곳은

저절로 눈이 감기는 노곤한 시간.

바람 녀석의 기합 소리에

오래된 안테나가

삐걱거리며 몸을 비튼다.

저 골목 파이프 아래

잘 숨어 있던 종이 쓰레기,

축축했던 몸이 가벼워져 날아가며

힘없는 비명을 지른다.

호주머니에 찔러넣어도 고와지지 않은

손가락으로

입김을 호오 불어

웃는 얼굴 그려본다.

마음 풀고 바삐 지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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