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비해 많은 돈을 지출하는 사람.
타고 싶은 차를 할부로 사고
가고 싶은 해외여행을 무리해서 다녀온다.
자신의 소득에 비해
비싼 가방을 사고
아이가 사고 싶어 하는 아이템들을
사주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이전에는 아주 많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이해했다.
살다 보니 그것이 다가 아니고
소득에 비해서 많은 지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눅들 것 같은 큰 차와
번쩍거리는 광택 그리고
값이 비싼 느낌이 확 드러나는
자동차의 로고가 그렇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렴한 숙소를 검색하는
나와는 다르게 평소 가보지 못했던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풀빌라를 예약해서
몇 박 머무르며 하고 싶었던 휴양을
모두 경험하고 돌아오는 여행은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그런 행동력이 나에겐 없었나
소득이 부족한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이를 느끼고 나니
마음이 괜히 불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힘이 빠져 버리기도 했다.
소득이 부족한 상황을 탓하고
불행한 생각이 더 많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났고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런 삶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들과
나와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저 선택의 문제였구나 하고 답을 찾게 되었다.
무리를 해서 해외여행을 가고
좋은 차와 가방을 살 수도 있겠지만
크게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내 삶의 모토는 그런 것에 있지 않았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과 우리 가족과의 행복한 일상
그리고 지금 당장 웃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행복감에 더 의미를 찾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도 다음을 걱정하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끔 다녀오고
좋은 차도 살 수 있지만
지금 당장 타지 못할 차는 아니니
차종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좋은 기종의 핸드폰이나 학생 신분임에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선배들은 인기가 많았다.
그런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사주는 밥도
왠지 근사한 것들을 사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새로 나온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비싼 저녁을 사주는 선배란
그저 멋짐 그 자체였으므로
따르는 후배들도 많이 있었다.
그 선배랑 친해져 질투와 시기를
한몸에 받아야 했던 일도 있다.
지금도 그 선배가 그 시절 참 멋있었지.
하고 문득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내게 가장 멋있었던 선배는
흠집이 엄청 많이 난 오래된 기종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값싼 학교 식당 밥을 사주면서도
좋은 말을 해주었던 선배들이었다.
대체로 오래된 핸드폰에
학교 식당 밥을 사주는 선배들은
자신들의 점심값도 아껴 써야 했던
비슷한 상황의 선배들이었지만
흔쾌히 후배들의 밥을 사주었다.
그리고 오래된 핸드폰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쓰더라도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 선배들은 자신들이 가진 인생의 목표가 분명했고
오래된 핸드폰 기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하나라도 더 얻어 가는 것 같았다.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선배의 멋짐과는
다른 멋짐이 있었다.
가난한 대학생 신분이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불덩어리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진짜 사람' 같았다.
그들의의 멋있음은
나는 함부로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해 보였다.
그 선배의 오래된 핸드폰이
지금도 자주 생각이 난다.
내가 정말 멋있었다고 느꼈던
그 오래된 핸드폰이
내가 지금 선택한 나의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새것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내 삶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행복,
그리고 진정 가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나의 기준과 생각이 뚜렷해졌다.
그것이 뚜렷해지면서 조금씩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조금
내려 놓아졌다.
남과 비교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스펙트럼이 넓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맞게 산다.
그저 다르게 살 뿐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남에게 알려줄 필요도 가르칠 필요도 없다.
각 개인 개인에게는
자신의 기준이 가장 맞는 것이니까.
그래서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 한 가지는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더 또렷해졌고
그 생각이 더 커지면서 싫은 사람도 별로 없게 됐다.
모두가 다 맞는 사람이니까.
내 기준에서 남을 판단하지 말아야
남도 나를 자신의 기준에서 나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다 다른 사람.
그중에 나도 또 다른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