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26
안녕하세요, 캐빈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청산은 또 무엇이며, 그게 왜 우려된다는 거죠? 저 기사의 제목에서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캐빈은 공부하면서 여러분들에게도 쉽게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화폐단위 엔(¥) + 캐리 트레이드를 더한 합성어입니다. 그렇다면 캐리 트레이드의 뜻부터 살펴봐야겠죠?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금리가 낮은 화폐로 조달한 자금으로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기법입니다. '돈을 싸게 빌려 다른 곳에서 큰 이익을 남기고 싸게 빌린 돈을 갚는다'는 뜻인데요. 엔캐리 트레이드가 고유명사화 된 것은 바로 최근 오랜 기간 저금리였던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한 후, 그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일종의 투자 트렌드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왜 오랜 기간 동안 저금리였을까요? 1980년대 대호황의 시기를 누리던 일본경제의 거품(Bubble)이 사그라들고, 1990년부터 맞이한 장기적인 일본 금융시장의 침체는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며 200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2010년대에 접어들자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내부 시스템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설상가상으로 엔고(엔의 가치가 상승) 현상으로 무역시장에서 일본 경제를 지탱해 오던 유수의 전자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역시 상실해버리고 말았죠.
내수와 무역 모두 절망적인 상황에서 부임한 아베 총리는 일단 부진했던 내수를 살리고,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극단적인 저금리 정책을 실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로만 듣던 '아베노믹스'입니다. 2013년에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를 0%로,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해 극단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소비를 촉진하고자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쉽게 말하면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원금이 깎인다는 뜻입니다. 정말 극단적인 정책이죠?
이러다 보니 대출금리 역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누구나 다 1%에 돈을 빌려 이자 4~5%만 주는 상품에 투자해도 수익이 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이것이 엔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한 배경이 되겠습니다.
일본의 경기는 살아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12월 무려 -1.2%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이 2023년 1월에 접어들어 4.3%까지 치솟았거든요. 결국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오랜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탈피하고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합니다.
이렇게 되자 바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당시 달러당 160엔 수준의 엔-달러 환율이 금리 인상 직후 140엔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엔의 가치가 오르는 엔고 현상의 신호가 감지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일본에서 싼 값에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겠죠? 당장 일본에 갚아야 할 이자금액도 올라가고요. 주요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변화를 엔화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빨리 엔화를 갚아야겠다는 신호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라 불리는 것이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보이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당장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폭락하게 됩니다. 엔화로 빌린 돈이 대부분 각 나라의 주식시장에 투자됐을 테고, 결국 이를 청산하면 투자금을 대거 인출하게 된다는 뜻이니까요. 당장 지난해 7월 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8월 5일엔 투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 이상, 코스닥은 11% 넘게 급락한 바 있습니다.
맨 처음 보여드린 기사,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시죠? 현재 일본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의 조짐이 보여 다시금 대규모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변수들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오늘 캐빈이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캐빈은 더욱 다양한 금융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