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12
안녕하세요! 다정하게 금융 이야기 전해 드리는 캐빈입니다.
요즘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바로 PF죠? 여기도 PF, 저기도 PF, 거기도 PF. 온통 PF 얘기뿐입니다. 무언가 부동산 관련 용어 같긴 한데, PF부터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 숨이 턱 막히는 이 기분, 작금의 PF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만 같습니다;; ㅎㅎ 오늘 캐빈이 전해 드릴 금융용어 이야기는 PF입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그대로 직역해 보자면 어떠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일을 뜻합니다. 기업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에는 대상 기업의 신용도, 재무건전성, 사업성 등이 있습니다. 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PF의 경우, 검토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프로젝트의 사업성입니다. 즉, 현재가치보다는 미래의 수익성을 담보로 돈을 투자하게 되는 것인데요.
유독 PF가 부동산에서 쓰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업성이 좋다고 해도, 기업의 신용도나 재무건전성 같이 믿을만한 담보 가치가 있어야 투자를 감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담보가치 중에 절대 변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상승하는 것. 바로 땅입니다.
따라서 땅의 상승가치를 보고 건물을 짓는다면 웬만한 다른 '프로젝트'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이죠. 결국 대부분의 PF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한해 진행됐고, 애초에 부동산 PF라고 부르던 것이 워낙 대중화되다 보니 그저 PF라고 불러도 부동산 프로젝트라고 연상하게 된 것입니다.
PF의 주요 당사자는 금융사(투자기관), 시행사, 시공사(건설사)가 있는데요. 시행사는 특정지역을 개발할 계획을 세운 후 금융사로부터 PF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합니다. 이후 건물 착공에 대한 인허가를 받게 되면 시공사가 실제 건물을 짓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다시 금융사로부터 투자받게 되고요, 건물이 다 지어지면 입주자들에게 분양금을 받아 투자금을 최종 상환하는 것으로 완료됩니다.
PF에 투자되는 돈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건물을 지을 땅을 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일, 나머지는 땅 위에 올릴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일입니다.
전자를 브릿지론, 후자를 본PF라 부르는데요, 토지 매입자금을 조달하는 일에 '브릿지'라는 용어를 쓴 것은 다리처럼 실제 건물이 올라가기 위한 디딤돌이자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브릿지론은 실제 건물이 올라갈 때 투자하는 본PF에 비해 리스크가 높습니다. 땅을 사는 일이 곧 건물을 세우는 일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를 약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찾아온 부동산 호황과 맞물려, 브릿지론은 큰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게 됩니다. 집값이 전례 없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우후죽순 새 건물들이 올라가게 되면서, 시행사들은 본PF 투자금으로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로 회수가 가능한 감사한 상황이 찾아온 것이죠.
자, 여러분!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 이런 말씀 많이 들어보셨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떠신가요? 캐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인허가가 나면 분양이라는 형태로 입주자들에게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실제 건물을 올리는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사업이 좌초될 경우, 막심한 손실을 입히게 됩니다.
처음에 PF에서 유일하게 보장할 수 있는 가치가 땅이라고 말씀드렸죠?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의미는 토지의 사업성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공표가 됩니다. 당연히 해당 땅을 공매나 경매의 형태로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해도 투자금 대비 30~40% 낮은 가격에 낙찰될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브릿지론 중 최대 절반 가량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죠.
PF를 위해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사(기관)들을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세 가지 분류로 나눕니다. 이 분류를 곧 트랜치(Tranche)라고 부르며, 트랜치 A, 트랜치 B, 트랜치 C로 이뤄져 있습니다. 트랜치 A를 보통 선순위, B를 중순위, C를 후순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선후관계는 투자금 상환 시 우선순위를 말합니다. 투자사 중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한 회사들이 보통 선순위를 할당받고, 그렇지 못할 경우 중순위, 후순위를 부여받게 됩니다.
투자 규모의 관점에서 선순위 금융사들은 필요한 전체 자금에서 가장 많은 부분(50~70%)을 감당하게 되고, 중순위가 20~30%, 후순위가 10~20% 정도의 비중으로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투자 순서의 관점에서는 순서가 뒤바뀝니다. 후순위 투자자의 자금이 제일 먼저 들어가고, 그다음 중순위, 마지막으로 선순위 금융사의 자본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후순위 투자자의 자금 비중은 가장 낮은 반면, 가장 먼저 투입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 투자 시, 그리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 모두 리스크가 더 높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후순위 투자금에 대한 금리가 높습니다. (언제나 High Risk, High Return입니다) 이러한 메리트가 없다면 그 누구도 후순위로 투자하고 싶지 않겠죠. 결국 안정적인 사업기반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나 캐피탈사들이 높은 이자 수익성을 보고 후순위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 이 글을 읽고 위의 기사를 읽어본다면 충분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사실 이런 내용을 설명드리면서 단순히 알려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걱정스런 마음도 있습니다. 태영건설에서 비롯한 PF 리스크로 현재 상황 자체가 국내 경제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요. 모쪼록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 캐빈은 다음 시간에 또 금융용어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