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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캐빈 May 26. 2023

유동화 꽃이 피었습니다

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04

오늘도 어려운 금융이야기, 쉽게 풀어드리는 캐빈입니다. 경제/금융 기사를 보면 이런 표현 들어보셨을 거예요.


유동성의 위기다, 자산을 유동화해야 한다...


유동성은 대체 무엇이길래 위기를 맞는 것이며, 자산들은 왜, 어떻게 유동화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유동화=현금화


유동화는 한자로 流動化, 이렇게 씁니다. 흐를 류에 움직일 동, 즉 흘러 움직이게 만든다는 뜻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산 중에 흘러 다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입니다. 돌고 돌아 돈이라고 한다죠. 그래서 엄밀히 같은 뜻은 아니지만 유동화는 현금화로 대체하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유동화할 수 있을까요. 현금이 아닌 모든 것이 유동화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유동화, 즉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종신보험금보다는 자유입출금 예금이 훨씬 유동화가 쉽겠죠? 만기가 있는 채권보다는 바로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이 유동화가 쉬울 겁니다. 이처럼 현금과 교환하기 쉬운 자산을 유동화가 쉽다, 유동성이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보통 유가증권(상품권, 선불카드 등)은 거의 화폐와 동일한 기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장 유동화가 쉬운 편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은 무엇일까요? 부동산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너무나 익숙하고도 애증 어린 단어죠? ㅎㅎ) 우리가 자산을 분류하는 많은 기준이 있지만 부동산과 동산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부동산은 움직일 수 없는 자산으로 토지와 토지에 얽매인 건물을 일컫습니다. 동산은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ABS는 또 무엇?


많은 기업 중, 특히 금융기업들은 언제든지 투자자나 고객의 수요가 발생할지 몰라서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최근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역시 대량의 현금인출 사태를 막지 못해 파산에 이르렀죠. 언론에서는 흔히 유동성의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처럼 갑자기 대량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죠. 우선 가장 값나가는 것들을 팔아서 현금을 충당할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산 중에 가장 비싼 것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바로 부동산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죠? 부동산은 유동화가 어렵다고요. 특히 기업이 갖고 있는 부동산이라면 그 규모와 액수가 어마어마할 텐데 이걸 현금을 주고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나 개인을 찾기 힘들 겁니다. 결국 기업 지분을 나누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처럼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들을 소액의 유가증권으로 쪼개게 됩니다. 이 유가증권을 바로 ABS(자산유동화증권, Asset Backed Securities)라 부르는 것이죠. 부동산뿐만 아니라 고가의 비행기나 배,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20년 이상의 만기 채권 같은 것도 ABS로 발행할 수 있겠습니다.


ABS 발행절차


ABS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직접 발행할 수 없습니다. 자산보유자가 ABS 발행 후 부도가 난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떠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산보유자는 ABS 발행을 위해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걸 SPC(Special Purpose Company, 특수목적법인)이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ABS 발행만을 특수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라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산보유자가 부도가 나도, 부동산이나 채권 등의 자산은 SPC 소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됩니다. (물론, 100% 변제를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이 SPC는 페이퍼컴퍼니고, 주요 업무를 누군가 다시 실제로 맡아 처리해줘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업무를 다른 곳에 맡기게 되는데요, 하나는 실제 유동화자산을 관리하는 곳(자산관리자), 나머지는 자산관리 외의 재무제표 작성, 관공서 신고, 세금 납부 등 실질적인 운영업무를 하는 곳(업무수탁자)으로 나뉩니다. 보통 자산관리자는 자산보유자가 직접 나서고요, 업무수탁자는 은행이 도맡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그림을 참고해 주세요 :)



ABS의 명과 암, 조목조목 알아보자


ABS 발행을 통해 기업은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유동성이죠. 예를 들어 1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빌딩을 현금화해야 한다고 합시다. 한 명에게 1000억을 받고 팔든, 1000명에게 1억씩 나누어 팔든, 기업은 1000억 원의 현금만 확보하면 되는 겁니다. 단지 한 명에게 파는 것이 어려우니 1000명에게 파는 것뿐이죠. 


또 하나는 재무건전성의 확보입니다.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부실채권 같은 경우도 ABS로 유동화할 수 있습니다. 위험자산은 줄이고, 당장 확보되는 현금만큼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이렇게 얻은 현금을 통해 유망 투자처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돈을 굴릴 수 있는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높은 임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겠죠? 1000억 원짜리 건물을 1억 원의 ABS로 나눠 1000명의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 건물의 임대수익률이 1년에 12%라면 매달 10억 원가량의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한 명의 투자자 기준으로는 매달 100만 원의 고정 수익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ABS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으면서 적정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투자상품은 없습니다. ABS 역시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우선, ABS 발행은 앞서 살펴본 대로, 발행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발행규모가 작을 경우, 자산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의 비중이 높아져 그닥 효율적이지 않게 되는 것이죠. 


또한, ABS 역시 만기가 있는 상품입니다. ABS로 발행한 자산보유자의 리스크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 리스크가 ABS 투자자에게 옮겨간 것일 뿐입니다. 특히 ABS 만기 시점에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부동산 등 담보자산의 매각 가치가 투자원금의 총합보다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것이죠. 쉽게 말해 부동산 투자와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살 때보다 팔 때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 보는 것처럼요.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항공기를 담보로 ABS를 발행했는데 하필 코로나가 터져버린 것입니다. 항공산업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게 되자 만기 시점에 항공기 매각이 잘 안 돼 원금 회수가 안 됐던 상황이에요 ㅠ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유동화에서 ABS로 가면서 내용이 조금 어려워지셨나요? 캐빈이 생각할 때, 오늘 내용은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나, 유동화는 곧 현금화다. 둘, (부동산 같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은 ABS 발행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확보한다. 


그럼 캐빈은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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