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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급이 아닌데? 콜옵션과 풋옵션

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21

by 현캐빈

안녕하세요 캐빈입니다. 여러분 옵션, 들어보셨나요?


캐빈은 옵션이라고 하면, 꼭 안 넣어도 되는 거? 이렇게 알고 있었거든요. 자동차를 사도 파노라마 선루프, 이런 건 넣으면 좋지만 꼭 넣을 필요는 없잖아요. 이런 게 옵션인 줄만 알았는데...... 이 기사를 보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니 콜옵션이 뭐길래 신용등급 전망도 내려가는 거죠? 이쯤 되면 옵션인데 옵션급이 아닌 것만 같죠? 오늘 알아볼 금융용어는 바로 콜옵션풋옵션입니다.






옵션


우선 옵션이 무엇인지부터 설명드릴게요. 금융시장에서의 옵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옵션의 뜻이 함축돼 있습니다. 바로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그런데요. 금융시장에서의 옵션은 어떤 선택권을 말할까요? 바로 '특정 시점에 사거나 팔 수 있는 선택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볼까요?


휴대폰, 여기서 사면 쌉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2년 안에 큰 사고가 터지거나 사용요금이 2배 이상 오르면
저희한테 다시 파세요. 같은 값으로 쳐드립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무조건 살 것 같지 않나요? 휴대폰 판매자는 2년 후에 같은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는 선택권을 붙였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휴대폰을 사는데 특별한 경우에는 고스란히 2년 전에 샀던 값으로 다시 팔 수 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2년 안에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사용요금이 2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판단으로 위와 같은 조건을 제시해 다른 가게보다 휴대폰을 더 잘 팔 수 있고요. 이런 식의 바이백 마케팅이 옵션의 한 사례가 됩니다.


캐빈은 옵션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옵션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대는 금융상품이지만, 옵션에 투자하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풋옵션과 콜옵션을 설명할 시간이 되었네요.



콜옵션과 풋옵션


옵션은 두 가지 차원에서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으로 해당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해서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선택권, 나머지는 해당 상품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선택권이죠. 전자가 바로 콜옵션(The Right to Buy), 후자가 풋옵션(The Right to Sell) 되겠습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살 때는 콜, 팔 때는 풋.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콜옵션을 자세히 설명드려 볼까요? 주식시장에서의 옵션 거래를 예로 들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5천 원짜리 주식을 100주 갖고 있다고 가정할게요.* 이때 이 주식 보유자가 3개월 후에 자신의 주식을 5천 원에 살 수 있는 거래를 제안합니다. 지금 본인에게 5만 원(프리미엄)을 보내는 사람에게 이 권리를 팔겠다고요.

*실제 주식이 없어도 옵션을 매도할(팔) 수 있지만 개념 이해를 돕고자 사례를 단순화했습니다. 풋옵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B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B는 아무리 봐도 A의 주식이 3개월 후면 1만 원 이상으로 오를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3개월 후에 5000원 X 100주 = 50만 원으로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사는 셈이 되는 거죠. 50만 원을 버는데 5만 원 더 쓰는 게 대수냐며 거래를 받습니다. 이것을 '콜을 받는다'고 표현합니다.


자, 3개월이 지났습니다. 주가는 B의 바람과 달리, 2천 원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B는 어떻게 할까요? 말 그대로 선택권을 갖게 됩니다. 당연히 해당 주식을 5천 원에 산다면 이 시점에서는 30만 원의 손해를 보겠죠? 5만 원(프리미엄)만 손해를 보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A의 입장에서는 손해보지는 않습니다. 무조건 프리미엄 5만 원은 챙기기 때문입니다. 만약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오르게 되면 그때는 A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3개월 후의 주가가 1만 원이라고 한다면, 현재 100만 원 받을 수 있는 주식을 50만 원만 받고 팔아야 하니까요. (옵션 시장에서는 더 벌 수 있었는데 벌지 못한 돈, 즉 기회비용을 손실로 봅니다.)



풋옵션은 콜옵션의 반대입니다. A는 5천 원짜리 주식 100주를 3개월 후에 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면서, 지금 본인에게 5만 원(프리미엄)을 보내는 사람에게 이 권리를 팔겠다고 합니다.


B 역시 A가 가진 주식에 원래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3개월 후에는 2천 원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B는 풋옵션 제안을 보는 순간,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가격으로 팔 수 있다면,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득이기 때문이죠.


역시 3개월이 지났습니다. 주가는 예상한 대로 2천 원으로 떨어졌고요. B는 풋옵션을 행사합니다. 현재 기준으로 100주의 가치는 20만 원 밖에 안 되지만, B는 50만 원에 팔았으니 25만 원(차익금 30만 원-프리미엄 5만 원)을 번 셈이 되는 것이죠.


옵션은 지금 말씀드린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돼 있고, 선물이라는 다른 파생상품을 설명해야 순서가 맞지만 오늘은 처음에 보여드린 기사를 해석하기 위한 정도로만 말씀드리고자 이 정도로 단순히 설명드렸습니다 :)



채권시장에서의 콜옵션


채권시장에 오면 옵션의 의미가 살짝 바뀝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콜옵션, 풋옵션 어떤 거만 기억하면 된다고 했죠 제가? 그렇죠. 살 때는 콜, 팔 때는 풋. 그렇다면 채권시장에서의 콜옵션은 뭔가를 산다는 뜻이겠죠? 여기서 그 '무언가'가 바로 채권인 것입니다.


보험사는 언제든지 사건/사고가 있을 경우, 대량의 보험금 지급으로 유동성이 빠져나가도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많은 자산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난 시간 설명드린 대로 자산은 본인 돈인 자본과 남의 돈인 부채로 이뤄져 있죠? 보험사의 경우 모든 고객이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총액보다 50%를 더, 그러니까 150%의 자본(부채 아님)으로 가지고 있도록 금융당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복습이 필요합니다. 보통 자본은 주식으로 발행하죠? 그리고 부채는 채권 발행으로 충당합니다. 그렇다면 보험사는 자본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유상증자는 조달의 최후수단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채권을 발행하자니 자본 확충에는 1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에 한해 두 가지 종류의 채권을 자본으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영구채)입니다. 이 두 채권이 자본의 성격을 띠는 것은 바로 만기가 길기 때문인데요. 보험사가 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회사의 부채는 어느 것부터 갚아나가야 할까요? 바로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선순위 채권입니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대략 10년이고, 신종자본증권은 30년인데 여기에 30년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말해 당장 안 갚아도 되는 돈, 내 돈(자본)처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채권들은 원금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이자를 보고 투자했다 하더라도 돈을 언제 떼일지 몰라 불안하겠죠? 그래서 채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관행처럼 발행 5년을 기준으로 정해진 가격에 채권을 되사들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갚는 것이죠. 자, '정해진 때에 채권을 산다', 살 때는 뭐다? 콜! 이래서 채권시장에서는 조기상환을 '콜옵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자, 위 기사에서 롯데손해보험은 후순위채를 발행한 지 5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조기상환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캐빈, 빚을 빨리 갚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자,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는 겁니다. 채권을 조기상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보험사의 후순위채는 채권이 아닌 자본이라고 말씀드렸죠? 즉, 갚는 순간 자본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롯데손보는 이 콜옵션을 시행하는 순간, 자본이 줄어들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유 자본이 15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점을 문제 삼은 것이죠. 롯데손보 입장에서는 '아, 어쩌란 말인가~' 싶겠죠?


결국 지급여력 비율도 낮고, 갚아야 할 돈도 못 갚고. 신용등급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갚을 수 있었는데, 갚으면 안 되는 아이러니. 하지만 모든 문제는 기존에 보험금 지급 여력비율을 150%에 간당간당하게 맞춰온 탓일지도 모르죠.






오늘은 금융용어사전 전편을 통틀어 봐도 난이도 극상에 속한 편이었죠? 자, 다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콜은 사는 것, 풋은 파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오늘 캐빈이 할 일은 다한 것 같네요.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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