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23
무더운 여름, 캐빈이 여러분들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시간에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얘기하면서 '주식시장 활성화'를 언급한 바 있죠? 부동산에 쏠린 투자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겨 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요. 특히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
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스피는 코스닥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가지수인데요. 한 번 정의를 살펴보았습니다.
코스피(KOSPI): 증권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주가 변동을 날마다 종합한 지표. 우리나라의 종합 주가 지수는 기준 시점의 시가 총액과 비교 시점의 시가 총액을 비교하여 산출하는 시가 총액식 주가 지수를 사용한다 (=종합 주가 지수)
코스닥(KOSDAQ): 우리나라의 장외 증권 시장.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하여 장외 거래 주식을 매매하며, 증권 거래소 시장과는 달리 별도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또 다른 형태의 주식 시장을 이른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정의만 봐서는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요. 심플하게 비교해 드리자면 코스피는 대기업 위주, 코스닥은 중소기업, 벤처기업 위주의 상장사들이 모여있는 주식시장이 되겠습니다.
캐빈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코스피 5000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를 지금부터 낱낱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의 코스피 지수는 1983년부터 계산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보다 3년 빠른 1980년 1월 4일을 기준으로 해요.(왜 1980년 1월 4일인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알 수 없네요 ㅠㅠ) 코스피 지수는 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기업들의 현재 기준 시가총액을 당시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으로 나눈 백분율(*100%)입니다. 쉽게 말해 1980년 1월 4일의 코스피 지수가 100이고, 작성일(2025년 7월 21일) 기준 3188.07로 장을 마감했으니, 기준 시점에 비해 약 31.8807배 시장이 커졌다는 뜻이죠.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됐다는 말은 여기서 기인합니다. 나스닥 지수는 코스피와 같은 산출방식을 쓰고 있는데 최근 기준으로 20,974.18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거든요. 그렇다면 기준 시가총액 대비 209.7418배 올랐다는 얘기인데 1971년 설립 기준으로 54년 만에 210배고, 코스피는 45년 만에 32배 수준이니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것은 맞습니다.
*단, 나스닥 지수는 시가총액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실제 시가총액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시가총액은 무엇일까요? 시가, 말 그대로 시장가격이죠. 우리가 횟집에 가면 값비싼 생선들에 붙는 그 시가 맞습니다. 즉, 시가총액은 현재 기준으로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고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해당 기업의 1주당 주식 가격에, 발행한 총 주식 수를 곱해서 계산됩니다.
그렇다면 시가총액은 고정돼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주가 그래프를 보며 몇 분, 몇 초 단위로 일희일비하는 동료들을 보아오지 않았던가요;;;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시가총액은 그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시가총액은 보통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고들 합니다. 즉,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거나 손실을 입을 것 같으면 그것이 현재의 주가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해당 시점에서의 정확한 기업가치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그 전망치까지 반영된 가치가 진정한 기업가치라고 볼 수도 있으니 정답은 없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투자의 관점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 수준인지, 쉽게 말해 고평가되어 있는지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네? ㅎㅎㅎ 그걸 안다면 캐빈은 주식부자가 되어 있을 텐데요.
이렇게 물러나기는 좀 민망하겠죠? ㅎㅎ 정확한 예측은 아니어도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지표들은 몇 가지 있습니다. 아마 뉴스나 주식 관련 콘텐츠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입니다.
자, 우선 이 지표를 설명하기 전에 간단한 개념을 공부하고 가겠습니다. 이미 들어본 적 있는 개념입니다. 바로 자본과 당기순이익인데요. 네, 맞습니다. 자본은 기업의 자산 중에서 부채가 아닌, 순수하게 주주로서 투자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고요. 당기순이익은 해당 기간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 총액(Price)이 벌어들인 돈(순이익, Earning) 대비 몇 배인지가 바로 PER(Price Earning Ratio)이고, 시가 총액이 투입 자본 대비 몇 배인지가 PBR(Price Book value Ratio)인 것입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바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인데요. ROE는 Return on Equity, 즉 자본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당기순이익)을 살펴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인풋대비 아웃풋이 얼마인지를 살펴보는 지표인 거죠. 실제로 기업 가치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지표가 ROE입니다. ROE가 높으면 당연히 주가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개인도 마찬가지잖아요. 시드머니 대비 얼마의 수익을 거뒀는지가 개인의 투자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듯, ROE는 기업의 경영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결정할 때 많이 참고합니다. PBR과 PER은 ROE의 축이 되는 두 지표, 자본과 순이익 대비 기업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이게 어떨 때는 자본이 B가 됐다가 E가 됐다가, 어떨 땐 또 당기순이익이 R이 됐다가 E가 되기도 해서 몹시 헷갈립니다. 아래 그림 참고해 주세요.
참고로 코스피 전 상장사의 PER과 PBR을 구해보면 현재 기준 각각 14.69, 1.08이고, 나스닥 전 상장사의 PER과 PBR은 각각 29.99, 4.44이죠.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 기업 전체의 PBR이 1보다 작았다고 하니, 경영을 하면 할수록 손해 나는 구조였던 셈이죠.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자본을 100만큼 투자해도 회사를 팔았을 때 100을 못 받는 소리니까요. 이 기준으로도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PER이나 PBR이 낮다고 저평가돼 있다고 무조건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여기부터는 면밀한 해석의 영역에 접어드는데요. 쉽게 말해 PER, PBR이 낮다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고, 또 이미 성장할 여력이 없어서 쭉 낮은 평가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PER, PBR이 낮다고 무작정 투자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계 경쟁사의 수익률도 보고, 해당 기업의 ROE 성장세도 봐야 하고, 해당 기업이 얼마나 유동성(현금흐름)이 풍부한지도 감안해서 적정한 목표 주가(시가총액)를 산정한 후 투자여부를 검토해 봐야 하는 것이죠.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계산 방식으로 EV/EBITDA, DCF, RIM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요.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별도로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코스피 지수를 포함해 각종 주가지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산출되는지. 기업 가치의 적정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30배 커지는 데 45년 걸렸던 코스피 시장이 과연 새 정부의 바람대로 5년 후 기준 시총대비 50배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캐빈은 또 재미있는 금융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