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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라는 모순형용의 의미

캐빈의 [금융] 이야기_금융용어사전 24

by 현캐빈

안녕하세요, 캐빈입니다 :) 오늘은 지금 경제/금융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이 단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해요.


스테이블코인은 우리말로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뜻이죠. 달러와 같은 특정한 통화나 금처럼 실제 자산의 가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뜻합니다.


암호화폐, 네. 비트코인, 이더리움 하면 확 와닿으시죠. 기본적으로 코인의 속성은 '불안정성'에 있습니다. 이미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대비, 불안정성이 크다는 점이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 포인트로도 작용하는 건데요. 그런데 왜 코인의 속성을 부정하는 모순형용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최근 화두가 되는 것일까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


스테이블코인은 코인의 가치를 '투자'에서 '통화'로 바꾸기 위해 등장한 것입니다. 통화는 가치가 다른 자산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물건과 교환하는 등의 결제수단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물론 다른 암호화폐와 연동해 투자가치를 중요시하는 스테이블코인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유명한 스테이블코인은 테더社에서 발행하는 USDT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5%, 서클社에서 발행하는 USDC가 25%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전체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요.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대세가 된 이유, 명확합니다. 바로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인데요. 달러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만큼,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전 세계에서 통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이처럼 통화나 실물자산과 연동시켜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합니다. 이 페깅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USDT, USDC 모두 '1달러=1코인'의 가치로 발행됩니다. 두 스테이블코인 모두 시장에서 달러가 귀해지는 만큼만 귀해지는 셈인데요. 그러면 달러를 쓰지 왜 굳이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걸까요?



스테이블코인의 매력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수단으로서의 매력도가 크다고 말씀드렸죠? 맞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거래 시, 아주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거든요. 다른 나라와 돈을 주고받는 일은 온라인 거래라고 해도 실제 통화(화폐)로 거래되는 경우, 환전 비용과 송금 수수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돈을 보내는 시간도 2~3일이 걸리고요. 우리나라라면 외국환거래법상 특정 외환 거래는 신고도 해야죠.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환전 비용도 없어, 정말 길어야 몇 분 내, 푼돈(1~2센트)의 수수료만으로 전 세계 어디든 송금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한 남미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자산가치로서의 안정성까지 담보할 수 있어 매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편한 거래가 가능한 이유. 바로 스테이블코인은 국가의 중앙은행이 아닌, 거래소나 핀테크 업체 등 민간 발행사가 플랫폼을 운영하기 때문인데요. 맞습니다. 주식이나 코인 거래와 같은 방식으로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니 기존의 자금 거래보다 훨씬 편리해진 것이죠.


그런데 이런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다는 사실, 들어보셨나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이유


지난 6월 17일, 미국 상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 통과되고, 한 달만인 7월 17일 하원을 거쳐 다시 하루 만인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습니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이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규제대상이 됨으로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셈인데요.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니어스법 통과에 때마침 상장시기가 겹친 서클社의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상품이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자, 기업이 투자자산이 되어버린(?) 상황이죠.


트럼프는 실제로 지니어스 법에 반대하는 하원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읍소(?)할 만큼 이 법안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결국 통과시켰는데요. 이익 앞에서 철두철미한 트럼프가 왜 이렇게 밀어주는 것일까요? 바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에 답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1달러를 받고 1코인을 발행해 주죠. 그렇다면 받은 1달러를 가만히 둘 수 없겠죠? 발행사는 안전자산에 투자해 추가적인 투자수익을 얻으려 합니다. 그 안전자산이 바로 '미국 국채' 되시겠습니다! 발행사가 1달러만큼의 미국 국채를 사서 보유하고, 고객이 다시 달러로 바꿔달라고 하면 국채를 팔아 달러를 주는 것이죠. 발행사는 채권 이자 수익을 덤으로 얻게 되고요.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미국 국채의 수요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기반 역시 달러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는 달러가 더욱 빈번하게 통용될 거고요. 결국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달러의 패권을 되찾고, 공고히 하고자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원화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한국형(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후보 시절부터 공약에 넣었고, 취임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신속히 법제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핀테크 기업들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준비에 신속히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발행사가 고객의 예치금만큼의 안전한 담보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여러가지 변수에 휩쓸려 뱅크런처럼 '코인런' 사태가 벌어져도 끄떡없을 만큼이요.






자, 오늘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캐빈은 또 궁금할 만한 금융이야기로 조만간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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