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글 2

생각이 길어서 말이 짧아졌습니다 #015

by 자크

- 와, 너 진짜 대단하다, 가 습관이 된 친구 앞에서 째즈를 줴-즈로 발음한 그날 저녁부터 나는 내가 못 견디게 미워졌다. 하지만 그런 수치심에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면서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 뻔뻔해지는 인간이었다. 내가 무심코 흉내 내려 했던, 줴-즈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어떤 남자 역시 처음엔 가짜였을 거라고, 그렇게 자위하며 질끈 눈을 감고는 했다.


- 상념이네 냉장고에는 늘 먹기 좋게 얼려진 몽쉘 통통이 채워져 있었다. 우리 집을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도 떨어지는 거라곤 할아버지가 즐겨 먹던 강냉이 몇 봉지가 전부일 텐데. 칵, 칵. 목이 막히는지 상념이는 몽쉘 통통을 먹을 때면 칵칵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집에 돌아온 나는 할아버지의 강냉이를 정성스레 모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얼마나 못돼 처먹은 일인지도 모르고.


- 다음 날 할머니가 불량식품 사 먹으라고 준 돈 500원으로 나는 몽쉘 통통을 샀다. 숨이 차게 달려 대문을 부서져라 내던지고 들어와 할아버지에게 몽쉘 통통을 주었다. 반을 잘라 할머니에게 건네고, 나머지 반을 가만히 털어 넣던 할아버지 모습이 저녁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몸살을 앓았고 이틀 정도 학교를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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