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아직 낮이 남아 있었고, 카페 앞에는 오후가 식지 않았다. 담배 연기 대신 누군가의 하루가 피어올랐고, 고양이는 그걸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밟고 지나갔다. 바람은 말이 없었고 햇빛은 늘 늦었다. 나는 유리창에 잠깐 비쳤다가 지문처럼 지워졌다. 오늘이 나를 먼저 사용해 버렸다. 시급도 없이, 반납도 안 되는 방식으로.
이 거리에서 풍요는 진열되지 않는다. 서로의 체온처럼 들러붙는다. 컵 가장자리에 시간은 말랐고, 커피는 식었는데 계산서는 오지 않았다. 테이블 구석 영수증에는 ‘카페라테’ 6,500원이 찍혀 있었다. 우리는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 사라지는 데 손버릇이 생길까 봐. 벌들은 소란처럼이 아니라 생활처럼 날아다녔고, 빛은 나보다 먼저 바닥에 엎드렸다. 나는 한 박자 늦게 그걸 밟았다. 그리고 대개 그랬듯, 나는 계산이 끝난 뒤에 음료를 받는 쪽이었다.
도시는 문을 열고 닫으며 매일을 축하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자리를 착각했다. 박수 소리가 멈춘 뒤에야 손뼉을 치고, 케이크가 빈 접시가 된 다음에야 포크를 집는 쪽.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두 번 울렸다. 화면에는 ‘민재’라는 이름만 떠 있었고, 받지 않았다. 누군지 대충은 알 것도 같았고, 아니라는 것도 알 것 같아서. 저녁이 오자 하늘은 장식이 아니었고, 지붕 위 구름은 접지 못한 종이처럼 늘어져 있었다.
나는 가벼운 것들에 힘을 주고, 무거운 것들은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견디기보다는 정리하는 쪽에 가까웠다. 카페 불빛은 밤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다만 거리에 흩어진 불빛먼지처럼, 남은 것들의 윤곽만 보여 주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집었다. 동전 하나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안심했다. 비워 둔 쪽이 늘 더 잘 남았다. 그래서 나는 자꾸 뭔가를 빼 두는 쪽을 택했다. 영수증도, 메시지도, 대답도.
도시는 계속 빛났고, 나는 그 빛 사이에서 한 걸음을 골랐다. 나는 사람 쪽으로 갔다. 밤은 그 자리에 있었다. 나를 데려가지 않고, 놓아 주었다.
오늘은, 아무도 나를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