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했냐고
네가 물었고
나는 별거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대충 맞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고
굳이 말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너는?”
“나도 비슷해.”
우리는 그쯤에서
대화를 두었다.
잠깐 조용해졌고
컵이 식는 쪽으로
시간이 흘렀다.
요즘 날씨가 좀 이상하다는 말,
커피가 생각보다 쓰다는 말.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말들.
서로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말이 이어지는 시간이 있었다.
어떤 말은
끝까지 가지 않았고
어떤 감정은
굳이 주인을 밝히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아니게 되는 순간이
잠깐 남았다.
그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은 아니고
이 정도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밤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