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아직 남아 있어

by 서율빈

그날, 우리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정리하지 않았고, 서로의 말끝이 어딘가 어긋났다는 것만 남았다.

A가 물었다. "그 말, 아직도 생각나?" S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말투에 자꾸 섞이더라. 그런 날이 있어."

B가 웃었다. "그때 넌, 아무 말도 안 했잖아." S가 잠시 머뭇이다가 말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는지도 몰라. 말하지 못한 문장이 자꾸 내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떠."

대화는 거기서 멈췄고, 누구도 다시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S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이 조금씩 나아졌다는 걸.

A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은, 어때?" S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괜찮아.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셋은, 그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조용히 웃었다. 그 말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누구도 붙잡혀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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