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가 되면 캠퍼스는 조금 비어 있다. 수업이 없는 강의실 문은 닫혀 있고, 복도에는 사람보다 빛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창문 쪽에서 들어온 햇빛이 바닥에 길게 깔려 있다.
그 시간에 수업을 열었던 적이 있다. 오후 네 시 반. 굳이 그 시간일 필요는 없었는데, 그 시간이 괜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수업들이 거의 끝나고, 캠퍼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시간. 누군가는 이미 집에 가고 있고, 누군가는 남아 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시간.
학생들은 그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평가에도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다. 시간대가 아쉽다는 이야기. 그래도 이상하게, 매번 자리는 채워졌다. 강의실 문을 열면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몇 명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곤 했다. 졸음을 참으려는 표정이 섞여 있었고, 노트를 펴놓고도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학생도 있었다. 그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수업을 시작하면 그 시간대 특유의 공기가 있었다.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풀어진 것도 아닌 상태. 말을 길게 이어가면 어느 순간 놓칠 것 같고, 너무 짧게 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시간에는 설명을 조금 다르게 하게 됐다. 정확하게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이어지게 두는 쪽에 가까웠다. 말이 끊기지 않게, 흐름이 멈추지 않게. 어떤 날은 준비해온 것보다 다른 이야기를 더 오래 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그게 더 맞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캠퍼스는 더 조용해졌다. 불이 꺼진 강의실을 지나 연구실로 돌아가면, 낮에 있던 소리들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자료들이 남아 있었고, 화면에는 아까 보던 결과가 그대로 떠 있었다. 그때는 가끔 맥주를 하나 마셨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그 시간에 어울린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루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어지는 것도 아닌 애매한 지점이라서.
운전을 시작한 뒤에는 그 시간이 조금 바뀌었고, 그 자리에 맥주 대신 핸들이 들어왔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이나, 창문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 같은 것들이 비슷한 자리를 채웠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 없이, 길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길을 몇 번이고 다시 지나가기도 했고, 이미 들었던 방송을 또 틀어두기도 했다. 처음 듣는 것처럼 집중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흘려듣지도 않는 상태였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그때의 금요일은 늘 조금 비껴나 있었다.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안에 있는 것도 아닌 상태. 수업은 하고 있었고, 연구도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이 끼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때는 이상하게 살아 있었다.
지금도 금요일은 비슷하게 지나간다. 굳이 그 시간에 수업을 열지 않아도 되는데, 여전히 비슷한 시간에 무언가를 하고 있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때와 지금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방식으로 하루가 조금 느슨해진다. 다만 예전에는 그 시간을 의식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가 있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은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가게 둔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시간은 알아서 자기 모양을 갖추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