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닌 지혜이다
며칠 전, 책을 읽다가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이야기를 만났다. 임종을 앞둔 스승이 제자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남기며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 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혀가 보입니다.”
“이는 보이느냐?”
“스승님의 치아는 다 빠지고 없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단단한 이는 빠지고, 부드러운 혀는 남았단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란다.”
이 짧은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고, 깊은 울림을 받았다. 단단함보다 부드러움이 더 깊고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단단함을 강함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강해야 하고, 무너지지 않으려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나 역시 수많은 순간을 ‘꿋꿋함’으로 버티며 살아왔다. 어디서든 흔들리지 않는 사람, 단단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읽고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단단한 이는 왜 먼저 빠졌을까?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혀는 왜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까?
그 질문은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단단한 것은 언뜻 보기엔 강하지만, 한 번 부러지면 다시 붙일 수 없고 결국 사라지기 쉬운 존재였다. 반면 부드러운 것은 유연하고, 흐르며, 상대를 감싸 안을 줄 안다. 그래서 더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부드러움은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게 진짜 강함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제 삶 속 부드러움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화를 내기보다 묵묵히 기다려주던 친구, 어떤 말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등을 토닥여 주던 친정어머니, 가르치기보다는 삶으로 먼저 보여주셨던 시어머니. 두 분의 어머님은 지금 제 곁에 안 계시지만, 그 따뜻한 마음과 태도는 지금도 내 안에 깊이 남아 있다.
그분들이 제게 남긴 건 단단함이 아니라, 포근함과 부드러움이었다. 그 부드러움이 나를 지켜주었고, 지금의 나로 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상처받지 않으려고 더 단단해지려 애쓰고 있진 않은가. 부드러우면 약해 보일까 봐, 흔들릴까 봐, 내 진심을 꽁꽁 숨긴 채 살고 있진 않았을까.
나는 내 아이에게, 이웃에게,
친구에게 부드러운 사람이었을까?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반성하게 되었다. 부드러움은 잊고, 단단함만 좇으며 살았던 시간들에 대해.
세상은 여전히 강한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사람은 부드럽게 말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닐까요?
부드러움은 약함이 아니다.
그건 마음을 읽고, 말없이 품어주는 지혜이다. 짧은 한 문장이 마음을 울리듯, 이웃님도 그런 부드러움으로 누군가의 하루에 온기를 건네보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