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5 21일 나만의 계획 세우기

당신은 당신에게 몇 점을 주시겠어요?

by 이월규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


살아오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점수를 받아왔다. 성적표 위의 숫자, 누군가의 평가, 타인의 시선. 한 점의 차이로 웃고 울며, 그 숫자 앞에 마음을 내어주기도 했다. 늘 비교와 경쟁 속에서,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나를 재단하고 판단하며 살아왔다.


그 점수는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때론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나 자신을 작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 이 질문 앞에서는 잠시 망설이게 된다. 왜일까요?


나는 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 애썼다. 칭찬을 들으면 안도했고, 비판 앞에서는 마음이 쉽게 흔들렸다. 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준 기억은… 참 드물었다.


나는 외동딸로 자라며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엄하신 아버지, 다정한 어머니.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나는 보살핌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어릴 적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단호함을 지금은 알 것 같다. 그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 믿음이었고, 묵묵한 삶의 자세였다. 두 분의 삶은 어느새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 나도 부모가 되어 그들의 방식을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완벽한 부모는 아니다. 때로는 실수하고, 무너지고, 자책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의 길을 걷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흔들려도 중심을 잡으며.


나는 성실한 사람이다.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려 애쓰고, 타인의 감정을 쉽게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 때 무작정 문을 열려 하기보다, 그 문 앞에 조용히 머물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건네는 침묵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내가 품은 인내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 주기를 바란다. 그 헌신이 누구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평생 배우며 살고 싶다. 어릴 적에는 교과서로, 지금은 사람과 관계,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 삶을 배운다.

삶은 언제나 새로운 질문을 던져온다. 나는 그 질문 앞에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배우고 또 배운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자신에게 훈련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질문 앞에 다시 서봅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몇 점을 주시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완벽하지 않다. 흔들리고, 지치고, 때론 무력감에 눌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정신력과 의지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안다. 그 힘은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셨던 삶의 자세이자,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의 유산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다. 남은 20점은 앞으로 더 배우고, 더 깊어질 나를 위한 여백으로 남겨두려 한. 그리고 이 점수는 나를 존중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오직 나만이 줄 수 있는 점수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천천히, 나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았다.


부족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에게 마음 토닥여준다. 그리고 오늘의 나에게

조용히 이렇게 말해봅니다.


“괜찮아. 지금의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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