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20 21일 나만의 계획 세우기

가장 최근에 마지막 축제를 본 것은 언제였나요?

by 이월규

‘가장 최근에 본 마지막 축제는 언제였을까?’ 문득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곧장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다.

비 오는 5월, 나는 우산을 들고 대전 동대전시립도서관 개관 축제에 다녀왔다. 그날은 책과 사람이 어우러진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동대전시립도서관은 지역민을 위한 쉼과 배움의 공간이다. 개관 첫날, 도서관 앞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고 나 역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엇보다도 특별했던 이유는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마주한 도서관은 내가 상상했던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넓은 놀이 공간이 있었고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공간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었다. 층마다 테마가 다른 독서 공간은 마치 북카페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였고, 곳곳이 쉼과 영감이 머무는 장소로 재탄생해 있었다.


책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고 싶어질 것 같은 곳, 바로 그런 도서관이었다. 강연은 도서관 중앙 계단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운 좋게도 작가님과 눈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고 그 순간부터 자연스레 마음이 집중되었다.


“책은 왜 읽는가.”


이번 강연의 주제는 요즘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지던 질문이기도 했다. 내게 책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외롭기 전에 먼저 손이 가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책은 나를 다독이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며 어느새 나를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이끌었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은 가슴 깊이 남았다.


“책을 읽으면 어깨가
뜨거워집니다. 용기가 생기고,
삶을 개척하고 싶어 집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도 또 다른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전쟁과 상처로 무너졌던 이들이 다시 삶을 일으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게 되지요. 책은 그렇게, 내면을 흔들고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
존재인지 자각해야 한다.”



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책은 그 자각을 가능하게 한다. 수많은 책들 속에서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단 한 권을 만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강연 말미, 누군가 작가님께 물었다. “힘들 때 위로가 된 책은 무엇이었나요?”


작가님의 대답은 아주 담백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어느 날, 운명처럼 다가와 휴식이 되어주는 책이 있지요.” 그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를 애써 찾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책은 어느 날 불쑥, 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오늘도 책이 말을 걸어온다. 책과 사람, 이야기와 영감이 자연스럽게 흐르던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축제.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게 말을 걸어오는 책 한 권을 만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내가 찾은 가장 최근의 마지막 축제는, 마음이 머문 도서관에서의 한 강연이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또 한 번, 내 삶을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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