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나 쉼과 회복을 만난 2박 3일의 섬 여행기
매년 6월, 한 해의 절반 즈음. 일상에 쌓인 피로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낼 때면 나는 어김없이 이 섬을 찾는다.
바로, 보령 삽시도.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번 새로운 감정을 안겨주는 섬. 지인들과 함께 떠나는 2박 3일의 이 여행은 나에게 쉼과 회복, 그리고 사람 사이의 온기를 선물해 준다.
1일 차: 바다 위에 설렘을 싣고, 마음을 열다
대천항에서 배를 기다리며, 간단히 준비해 온 반찬으로 점심을 나누며 소박하게 시작했다. 배에 오르자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을 간질이고, 잔잔한 물결 위로 갈매기들이 함께 동행해 주었다. 삽시도에 도착하니 익숙한 숙소의 주인장이 마중을 나와 환하게 맞아준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바다로 나가 주인장이 이틀 전부터 내려두었던 그물을 걷어 올렸다. 광어, 도다리, 소라, 갑오징어, 게까지... 그물 안에 가득 담긴 바다의 선물에 모두가 환호했고, 신선한 해산물은 곧바로 우리의 밥상이 되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즉석 회 한 접시. 이 순간을 위해 1년을 기다렸다 해도 아깝지 않다. 해가 저물 무렵, 섬 한편에서 울려 퍼진 색소폰 선율은 우리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했다. 몸을 흔들고 눈빛으로 화답하는 그 시간, 삶의 수고로움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2일 차: 비가 내려 더 가까워진 우리
아침엔 바다 둘레길을 걸었다. 촉촉하게 스며드는 바람, 비릿한 냄새조차 이 섬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이른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다 일정을 멈추고 툇마루에 둘러앉았다. 하지만 그 멈춤은 오히려 더 깊은 이야기로 이어졌다. 비 덕분에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비를 타고 울려 퍼진 색소폰 소리에 지나가던 여행객들이 발길을 멈췄다.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들도 우리의 음악에 취해 한 식구가 되었다. 그 순간, 삽시도는 하나의 무대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관객이자 연주자가 되었다.
저녁엔 장어구이를 나누며 “지금껏 잘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자 선물”이라는 위로가 오갔다. 종일 이어진 빗소리처럼,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깊게 흘러갔다.
3일 차: 햇살과 함께 걷는 작별의 아침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 10시쯤 그쳤고, 구름 사이로 맑은 햇살이 다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짐을 정리하고, 우리는 수루미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맨발이 되어 바다를 걷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결, 파도의 차가운 온도조차 정겨웠다.
그 감각 하나하나가 잠시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매년 찾아온 익숙한 섬, 숙소 뒤편으로 난 해변길은 이번에 처음 걸어보았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새로움, 그것이 올해 여행의 또 다른 선물이었다.
어떤 이는 바지락 체험장으로 향하고, 어떤 이는 고운 모래 위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섬에 머문 시간들을 이렇게 천천히 마음에 담았다.
짧지만 깊게 남은 2박 3일. 올해의 삽시도는 유난히 더 진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고, 삶과 쉼을 다시 돌아보고 온 시간이었다.
매년 같은 섬, 같은 여정이지만 매번 우리는 조금씩 다름을 느낀다, 그 다름 속에서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 6월을 또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같은 자리, 같은 바다에서 또 어떤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