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지금을 택하겠다

젊은 날보다 찬란한 지금의 삶을 사랑하는 이유

by 이월규

“당신에게 시간을 딱 한 번만 되돌릴 수 있는 마법의 시계가 생긴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을 마주했을 때,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좋아요.
나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지난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그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회가 멀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 집안의 아들 선호와 형편상 교육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평등한 기회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고, 그 아쉬움은 마음속에 성인이 되어서도 오랜 시간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학업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과 가정을 꾸리는 현실 속에서 공부는 ‘생각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내가 다시 학업의 문을 두드린 건,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해였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는 간절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올랐다. 늦깎이 학생이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가슴이 벅찼고, 힘든 줄도 몰랐다. 오히려 살아 있다는 느낌,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는 희망이 나를 숨 쉬게 했다.


아이를 돌보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학업까지 병행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기회인지를. 나를 만들고 나를 밀어준 시간이었다


공부는 내 꿈이었고, 반드시 해내고 싶은 목표였다. 그래서 포기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었다. 오직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만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며 살았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책상 앞에 앉았고, 과제를 하다 졸음이 쏟아지는 여름날엔 얼음주머니를 허벅지에 올려가며 정신을 붙잡았다.


그 4년의 시간은 고되고 치열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들이었다. 그때의 용기와 집중력은 지금까지도 내 삶을 이끌어주는 힘이 되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참 잘 해냈다. 그 치열한 시간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게 말해주고 싶다.


“참 잘 해냈어.
정말 잘 버텼고, 끝까지
의지력을 잃지 않았구나.”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그 단단했던 시간 위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더 좋다. 젊은 날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의 나는, 그 모든 경험 위에 서 있다. 경험을 자산 삼아 나만의 길을 열고,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찬란한 시간이다. 한 번뿐인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다시 한번 지금을 택할 것이다. 젊은 날의 치열함은 아름다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지나온 자부심과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유 속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다시 나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진짜 나를 살아가고 있는, 가장 빛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보다 지금이 더 소중한 이유는, 내가 나를 단단히 만들어온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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