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나야 할 이야기, ‘옛이야기’

기계음 대신 사람의 숨결로 전하는 삶의 언어

by 이월규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열린 ‘옛이야기’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 마음 한편이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았다.

서정오 작가의 책 『옛이야기 들려주기』는 잊혀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삶의 자리로 불러내는 데 중요한 안내서였다.

옛이야기는 한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고, 삶을 품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점점 더 옛이야기와 멀어져 가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서정오 작가는 말한다 '옛이야기는 억지로 꾸민 창작이 아니다. 삶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이야기이고, 사람이 전하는 말맛과 숨결이 담긴 이야기다.'

기계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공감과 상상, 감정을 이어주면서 따뜻한 관계가 담겨있다. 요즘 아이들은 책 보다 AI 기기를 먼저 접한다. 듣는 건 기계음이고, 화면 속 세상이 현실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기계라도,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내가 먼저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교훈을 앞세우지 말고 재미있게 들려주어야 한다. 듣는 사람이 끼어들 자리를 남겨두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

내 이야기 실력을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말하면 된다


이야기는 기술이 아니다. 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배우자고 듣는 것이 아니라, 즐기자고 듣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눈이 '번쩍’이라는 말도 눈이 '버~언' 하고, 숨을 멈췄다가 '쩍’ 터뜨리듯 읽어주면 말소리에 의미가 실리고, 아이의 눈빛이 달라진다.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끝을 낸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서로의 생각을 견주어 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더 넓게 사고를 확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옛이야기가 교육이 아니라 문화이자 삶이라는 증거다.


기계음과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이 다를까? 기계음은 정보를 전달하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이야기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든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는 내용보다 누가, 어떻게 들려주었는지일 때가 많다. 바로 그게, 우리가 다시 ‘사람의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는 일’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이다.


영어 학습과 디지털 기기에 밀려 점점 사라지는 옛이야기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요즘 아이들은 영어 단어를 더 빨리 외우고, 디지털 화면을 더 많이 본다. 그 속에서 말의 감각, 상상력, 공감능력, 관계를 잇는 따뜻한 이야기의 힘을 잃어간다. 옛이야기는 삶을 배우는 시간이고, 관계를 잇는 다리이다. 그 다리가 끊기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나는 어떤 모습의 이야기꾼이어야 할까? 목소리가 좋아야 하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보다, 이야기 속에 먼저 빠져드는 사람 이어야 한다. 듣는 이를 생각하며 틈을 열어두는 사람, 교훈보다 감정과 상상, 따뜻한 말맛을 살리는 사람이고 싶다.

이야기꾼은 말재주보다 진심으로 온기를 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 있다면, 그 이야기는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옛이야기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진 능력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놓치고 있는 느림, 감정, 공감, 정체성, 삶의 언어를 회복시켜 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2025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더욱 옛이야기가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점점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삶의 여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는 지금 여기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언어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결국,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삶 그 자체다.


다시, 이야기판을 펼칠 시간이다. ‘옛이야기’는 사람에게 전하는 목소리, 그 안에 담긴 숨결을 통해 우리는 다시 ‘이야기 있는 삶’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열린 세상,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판을 펼칠 때, 아이들과 함께 상상하고 공감하며, 삶을 배울 수 있다.


옛이야기를 들으면 상상력과 창의성을 배우게 된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다. 이야기도 들려줘야 할 연령대가 있다. 어릴 적 들려주고 듣고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더 큰 울림으로 자신의 삶을 확장해 간다.

지금, 이야기를 되살려야 할 시간이다.


이야기는 사람을 살리고, 문화를 이어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데이터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삶 속으로 초대한다면 아이들에게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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