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와 마주할 용기

두려움과 불안을 끌어안고, 다시 나를 일으키는 시간

by 이월규

“그대가 마주칠 수 있는 가장 고약한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일 것이다. 그대 자신은 동굴과 숲 속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숨어 있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그대 자신에 이르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길은 그대 자신과 일곱 악마 곁을 지나가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누구나 한 번쯤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현실 앞에 멈춰 선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원망하며 마음을 놓아버린 적도 있을 것이다. 당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지 않나요?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 나는 친구와 자꾸만 자신을 비교했다.

나도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나를 자책하곤 했다. 당시엔 어린 나이에 눈앞에 보이는 조건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친구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그 친구.

언제나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시던 어머님의 고통을, 나는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겉으로 보이는 삶은 전부가 아니며,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니체의 말처럼,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은 존재는 결국 ‘내 안의 나’다. 그리고 그 곁에는 누구나 안고 있는 일곱 악마가 함께한다.

불안, 우울, 두려움, 죄책감, 욕망, 분노, 나약함 우리는 이 감정들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이 감정들을 없앨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들과 마주하고, 견디고,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뿐이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우리는 늘 묻는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어느 날, 나는 강연 제안을 받았다. 200여 명 앞에서 '독서로 변화된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놀랍게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유는 그동안의 삶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초안을 쓰고, 수없이 연습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 연습을 거듭할수록 두려움은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내 안의 목소리가 말했다.

충분히 준비했다면,
무엇이 두렵겠니?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가 나약함을 드러낼 때, 세상은 종종 그 틈을 파고든다. 하지만 이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나만의 선물이다. 그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소중히 지켜내는 일은 결국 나의 몫이다.

불안을 다스리고, 부정적인 감정들과 대화하며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곧,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 아닐까. 마음이 흔들릴 때는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셔보자.

오늘도 나를 믿어보자. 내 안의 일곱 악마를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이미 자기 삶의 주인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빛나는 삶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대단한 용기가 아니라,
나를 믿는 아주 작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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