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자리를 내어주는 연습

지하철에서 배우는 공감 감각, 그 따뜻한 자리 하나

by 이월규

지하철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마주한 감정들이다. 바쁜 화요일, 마음도 몸도 분주한 날이다. 화요일 저녁 7시, 정기적인 독서 모임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탔다.


문제는 딱 퇴근 시간과 겹친다는 것. 지하철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문이 열리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눈을 돌려 자리를 살피는 건 어쩌면 모두가 가진 습관일지도 모른다.


누가 금방 내릴 것 같은지, 가방을 미리 챙긴 사람, 책을 덮는 사람, 미묘한 눈짓 하나까지 살피며 자리를 감지하는 감각.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자리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간신히 빈자리를 하나 찾았다. 그 옆자리엔 9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기와 엄마가 앉아 있었다.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니 방긋 웃는다. 짧지만 평화로운 시간,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승객이 늘고 공기가 갑갑해지자, 아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당황하고,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진다.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엄마는 다음 역에서 아이를 안고 내려야만 했다.

그 뒷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마치 오래전, 아이를 안고 버스를 탔던 내 모습 같았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 낯선 공간, 낯선 시선.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그날 그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괜찮아요. 아이는 다 그렇죠.”

그렇게 말 한마디만 건넸다면, 그 하루는 덜 외롭고, 덜 무거웠을 것이다.



지하철이라는 작은 사회이다. 자리 하나, 시선 하나, 태도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거절당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매일 ‘자리를 잡는 감’으로
살아가지만, 이제는
‘사람을 헤아리는 감’도
함께 익혀야 하지 않을까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타셨을 때, 모두가 핸드폰만 바라보는 가운데 조용히 일어나 손짓으로 자리를 양보한 청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괜찮아요~”라고 말해준 사람. 무거운 짐을 든 채 서 있는 사람에게 “제가 들어드릴게요.” 하며 짐을 받아 든 손길.


이들은 자리를 내준 사람이
아니라, 자리를 만든 사람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차지하려 애쓴다. 그날 내가 어떤 자리에 앉았는가 보다 내가 어떤 자리를 내어주었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


‘자리를 보는 감각’만큼, ‘사람을 느끼는 감각’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자리는 항상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따뜻한 공감으로 채워져 깄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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