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풍경과 미각, 그리고 마음이 머무는 여행지 -----------
내가 그리는 북해도, 마음속 여행지
아직 발을 디뎌본 적은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섬이 있다. 일본 최북단, 눈과 바람, 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북해도. 그곳은 내게 ‘숨 고르기’를 하기 위해 선택한 쉼의 여행지다.
도시의 소음과 빠른 일상에서 벗어나, 광활한 자연 속에서 천천히 숨을 쉬고 싶다. 8월 초, 끝없이 이어지는 라벤더 밭의 보랏빛 물결을 직접 마주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색의 언덕’과 맑고 신비로운 ‘블루 폰드(Blue Pond)’는 인공이지만, 자연 속에 녹아 환상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12월부터 3월 초까지 이어지는 설경(雪景)은 마치 한 편의 ‘설국’ 속으로 들어간 듯하다.사진으로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고, 묵은 마음이 풀리는 듯하다. 북해도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그러나 깊게 흐를 것이다.
북해도의 봄은 벚꽃과 들꽃이 함께 어우러진 꽃놀이의 계절이다. 여름이면 후라노와 비에이가 라벤더 향기로 물들고, 가을에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다이세츠잔 국립공원이 붉게 타오른다. 겨울에는 순백의 눈이 세상을 덮고, 온천에서 몸과 마음을 녹이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번의 여행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풍경들이다. 그래서 계절마다 다시 찾아 다른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감정을 글로 남기고 싶다.
북해도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입맛이 돈다. 신선한 해산물, 특히 성게와 연어알 덮밥은 꼭 맛보고 싶은 별미다.
북해도만의 ‘징기스칸’은 일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풍미를 지녔다. 겨울 여행이라면 삿포로 미소라멘과 버터옥수수의 고소함을 꼭 먹어야 한다. 그곳의 식사는 자연의 향기가 스며든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맛이야말로 다시 그곳을 찾게 하는 힘이다.
내가 북해도를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빨리’보다 ‘느리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넓고 한적한 숲길과 농촌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을 것 같다.
비에이와 후라노의 농촌길은 차가 거의 없어 산책에 제격이고, 쿠시로 습원에서는 철새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으니 그대로 힐링이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의 조용한 숲길은 발걸음마저 고요하게 만든다. 온천 속에서 몸과 마음을 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싶다. 그것이 북해도가 내게 주는 진짜 선물일 것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내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수없이 북해도를 여행했다. 사계절의 풍경과 미각, 그리고 느림의 시간은 나를 늘 새로운 이야기로 이끈다. 언젠가 그곳에서 내가 꿈꾸던 풍경을 만나,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무를 날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