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

책과 사람, 그리고 고요가 건네는 회복의 순간

by 이월규

도서관

예전의 나는 이곳을 ‘공부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책상 위에 참고서를 쌓아두고, 펜을 쥔 손끝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풍경.


나 역시 학창 시절엔, 또 어른이 된 후에도 목표를 위해 긴장으로 가득한 채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요즘의 도서관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듯, 마음을 내려놓고 싶을 때 나는 이곳을 향한다. 문을 열면 시원한 공기와 함께 종이 냄새가 스며든다. 그 향이 이상하게도 나를 차분하게 만든다.


책 속에 몰입한 사람들, 신문을 넘기는 손길, 노트북 자판이 만드는 잔잔한 소리까지. 모두가 한 편의 풍경이 된다.


얼마 전, 마음이 복잡한 날이었다. 무작정 도서관으로 갔다. 서가를 걷다 우연히 마주한 제목 하나. 손에 쥐자마자 알았다.


“오늘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이 아니구나.”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숨이 고르고 마음이 풀렸다. 도서관만의 공기와 책이 주는 안정감이 나를 조용히 감싸 안았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 평생 읽지 못할 책이 뒤섞여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묘하게 안도감이 든다.


마치 세계의 모든 지식이 이곳에서 나에게 흘러드는 듯하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도서관에 오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곳엔 각자의 사연이 숨어 있다.


아침 일찍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공부하는 수험생, 주말마다 아이 손을 잡고 동화책 코너로 향하는 부모, 그리고 2층 창가에 앉아 빽빽하게 필사를 하는 중년 남성. 조용함이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유아실에서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아이들의 눈동자가 그림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미소 짓는 부모,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따뜻한 공동체’의 한 장면이었다.


신간이 아직 비치되지 않아 책을 구입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을 만나면 ‘반드시 읽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그 책을 품에 안고 창가에 앉으면, 주변의 잔잔한 소음마저 집중을 돕는 배경음이 된다.


당신에게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누군가에게는 목표를 향한 전진 기지.

누군가에게는 잠시 숨 고르는 안식처.

또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얻는 창고.

그리고 나에게,

도서관은 ‘조용히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을 선물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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