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 멈춤의 용기 ― 바쁘게 달려온 삶을 돌아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이미 하루는 시작되고 있다.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머릿속은 오늘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고, 바쁘게 하루를 달려왔다.
전화, 집안일, 약속…. 하루가 끝나기 전까지 쉬지 못할 것만 같은 속도감으로 늘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이젠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불안감이 들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존재감이 사라질 것만 같은 두려움.
혹시 당신도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멈춤 앞에서 느껴지는 조급함과 불안, 남들보다 뒤처질 것만 같은 마음. 나는 그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쉬지 못하는 걸까?” 늘 달리기만 해 왔지만, 정작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는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들. 잠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지금,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순간, 깨닫는다. 멈춘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며, 오히려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용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다.
가정에서는 가장이라는 무게로서의 책임을,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사회에서는 내 역량에 맞는 역할을 감당하느라 숨 가쁘게 살아왔다.
중년이 된 지금, 그동안 쌓아온 것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큰 경험이다. 동시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누구로 살아왔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멈춘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나를 되찾는 용기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멈추어야 할 때다.
멈춘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숨 고르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일기를 쓰고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 보는 일, 아침에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는 일, 책 한 권을 천천히 곱씹으며 나의 경험과 겹쳐 보는 일…
이 모든 작은 멈춤들이 삶에 의미를 더하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준다. 나 또한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넣으려 부단히 움직였다.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어느 날, 도서관 창가에 앉아 오랜 세월을 버텨온 나무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가만히 지켜보는 그 순간, 오히려 깊은 평화가 내 안에 밀려왔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달리기만 하면 한 방향만 바라볼 수밖에 없고, 결국 지쳐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멈출 줄 아는 사람은 다시 호흡을 고르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멈춤은 내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일으키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게 한다.
중년은 더 빠르게 달리기만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잠시 멈추어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특권의 시기다.
멈추고 나면 나의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다.
멈춘다는 것은 과거를 후회 없이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길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용기다. 그리고 그 용기는 곧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잠시 멈춤을 받아들일 담대함이다. 멈춤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길이 보이고, 그 길 위에서 중년의 삶은 다시 성장하며 시작된다.
오늘 하루, 한 걸음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