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없이 해보고 흘려보내기

과거의 결핍 흘려보내는 법

by 최자두

어린 시절 나는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수 조차 없었다.
안 된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어쩔 수 없지.” 하고 스스로 접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어른이 되고 경제력이 생겼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누가 막은 게 아니라, 내 안의 강박이 나를 묶었다.
늘 아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유행도, 여행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옷은 늘 이월상품, 브랜드 신발은 커서도 선뜻 사기 어려웠다.
내가 번 돈인데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삶이었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내가 겪었던 그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었다.
엄마가 자립하고 돈 버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공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휴가 마지막 날, 우리는 용산 짱 게임장을 찾았다.
뽑기 기계 앞에서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고,
나는 ‘오늘만큼은 원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한 번만 더!”를 외치며 버튼을 누르는 사이,
아들의 눈은 점점 돌아가고, 인형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옆에서 한숨을 쉬었지만,
결국 우리 손에는 인형이 쌓였고, 웃음과 아쉬움이 뒤섞였다.


처음에는 ‘아이들 핑계’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랜 결핍이 터져나오듯 눈이 돌아갔다.
한 번쯤은 원없이 해보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정말 많이 썼다.


돌아오면서 후회가 몰려왔다.
“돈 벌기 이렇게 힘든데, 내가 뭐 한 거지?”
카드값이 누적되는 게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책망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아쉬움보다 신난 기억만을 품고 있었다.
“엄마, 이제는 이렇게 자주 오는 건 말고, 방학에나 가자!”
아이들 말에서, 이미 만족과 배움이 담겨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날의 지출은 단순히 돈 낭비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흥분되었던 추억이 남았고,

나에게는 ‘욕구와 도파민에 흔들릴 때의 나’를 보는 경험이 되었다.

이미 업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대신 남은 건 웃음과 깨달음이었다.


결핍은 억누르면 커진다.
하지만 원없이 해보고, 웃고, 아쉬워하다가,
그 다음 “됐어, 이제 그만!” 할 줄 알면 된다.

오늘 게임장에서 내가 뽑은 건 인형 몇 개가 아니라,
과거의 결핍을 흘려보내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같은 자리에서 허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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