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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경 Apr 02. 2021

미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다

회화가 미술의 역사를 주도한 까닭



1. 회화는 평면성이 그 본질이다


회화의 더 이상 축소될 수 없는 본질은 오직 두 개의 구성적 관행 혹은 규범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평함과 그 평평함의 한계이다 - 클레멘트 그린버그


     

 Presence. 쉬라지 후쉬아리. 미니멀리즘


전시장의 하얀 벽면 한가운데 텅 빈 캔버스가 걸려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란 출신의 화가 

쉬라지 후쉬아리의 작품이다. 어떤 색도 선도, 아무런 형상도 그려지지 않은 

평면의 캔버스, 그 자체로 ‘존재 Presence’다. 


존재는 모든 것의 밑바탕 즉, 변함없는 본질을 일컫는다. 회화는 평면성이 그 본질이다. 그 평평한 바탕 위에 인간의 역사가 그려지고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는 것이다.




하얀 그림. 로버트 라우센버그. 미니멀리즘    


전위적인 미국 현대미술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하얀 그림> 


빈 캔버스에 하양, 빨강, 검정 등 단색을 칠한 ‘단색 그림들’ 중 하나이다. 행위예술가 

존 케이지의 침묵의 음악 <4분 33초>에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캔버스 위에 하얀색 물감을 칠한 것 외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자체의 평면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관람객의 그림자가 하얀 캔버스 위에 비추면 그때마다 

다양한 작품이 탄생한다. 관람을 마친 사람들이 떠나가면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녘 

눈밭 같은 캔버스로 되돌아온다. 미술, 그중에서도 회화의 본질은 

이미지가 지워졌을 때 텅 빈 평면의 바탕만 남는다는 것을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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