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람 끄고 잠을 잔다… 기분 째지는 퇴사 라이프
왜 브런치에 퇴사 관련 글이 넘쳐나는지 알 것 같다.
퇴사했다. 자유의 몸이 된 지 나흘째다. 알람도 다 끄고 잔다. 전역할 때도 시원섭섭했는데, 지금은 그냥 시원하기만 하다. 질곡의 시작을 알리던 아침 햇살도 뽀송뽀송히 빛난다.
취업하겠다고 혈혈단신으로 상경했다. 운이 좋아 목표했던 진로를 달성했다. 다만 그 진로가 환상 속에서나 존재했다는 게 문제다. 얼마 안 가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 추락하고 말았다. 버텨보겠다고,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라며 덤벼들었다. RPG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쓰러뜨린 줄 알았던 보스몹이 갑자기 피를 채우면서 2페이즈에 들어가는 걸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해치운 건가? 생각보다 해볼 만한데?'라고 느낄 때면 육중한 압박의 철퇴가 강림해 내 멘탈을 아작 냈다
직장인에게 진정한 휴일은 일이 끝난 금요일부터 토요일 자정까지다. 길게 쳐봐야 30시간. 일요일은 월요일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제에 불과하다. 토요일이면 일의 공포를 피하려 이불속에 숨어들었다. '씨바, 내가 살아야 일을 하지.. 쉬자, 쉬면 괜찮아질 거야'라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을 달랬다.
일요일 아침 10시가 되면 마음속 한 켠에서 월요일의 두려움이 곰팡이처럼 자라났다. 오후 9시를 넘길 때쯤이면 곰팡이가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곰팡이었다. 그렇게 자정을 넘기면 곰팡이는 더 이상 피울 곳이 없다며 헛구역질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마저 게워내고자 담배를 피우러 밖을 나왔다. 희뿌연 연기를 한탄과 내뱉었다. '하 씨바, 또 주말을 쓰레기처럼 보냈네' 그렇게 주말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런 식의 일주일이 수십 번을 지나갔다. 일에 대한 압박감은 더 이야기해봤자 사족이니 생략하겠다. 나는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었어!'라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퇴사했다. 의외로 퇴사는 쉬웠다. 마음먹기까지가 어려웠을 뿐이지. 마지막 출근일까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매일이 짜릿하고 엔돌핀이 용 솟아 쳤다. 집요정 도비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날뛰었는지 알 것 같다.
무턱대고 그만두지는 않았다. 어디로 갈지는 정해놨다. 다만 그 길이 시작되는 날까지 시간이 너무 남아돈다. 여행을 가기에는 돈이 부족하다. 무언가를 하기에는 쉬고 싶다. 쉬기에는 또 심심했다. 무슨 못된 심보일까. 그래도 뭘 하든 전보다는 나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씨바 기분 존나 째진다"